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해 온마을이 함께 가꾸어가는 농촌형 배움터와 일터
<꿈이자라는뜰>을 소개합니다.


꿈이자라는뜰의 시작
2004년 즈음, 홍동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와 풀무전공부에서 산책도 하고, 마을주민교사와 함께 원예활동을 하던 것이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이 활동이 매년 이어지면서 정기적인 방과 후 수업이 되었고, 초등학교 학생들도 참여하는 활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에 홍동초등학교와 홍동중학교가 전원학교 사업을 시행하면서, 프로젝트 중에 하나로 이전에 해오던 원예활동을 바탕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교육과정의 이름을 '꿈이자라는뜰'로 부드럽게 다듬고, 이제는  홍동초등학교, 홍동중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마을 주민교사와 만나는 배움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의 교육활동
꽃밭교실은 초등학생, 꽃나무교실은 중학생, 나농교실은 고등학생을 위한 원예/농업교실입니다. 여기에 초+중학생이 함께 바깥활동을 하는 어울림교실, 중+고등학생이 함께 하는 목공교실, 초등학생을 위한 풍물교실까지, 모두 6가지 활동을 매 주 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들을 하면서 (2012년 11월 현재) 초중고등학생 14명과 마을주민교사 9명, 초중고등학교 특수교사와 보조원 5명이, 올 해로 3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꽃밭교실, 꽃나무교실, 나농교실은 텃밭과 농장에서 꽃과 나무, 허브와 채소 등을 직접 키우고 수확해서, 요리를 해 먹거나, 가공해서 상품을 만드는 공부를 합니다. 꽃밭교실은 풀무학교 전공부에 있는 텃밭에서, 꽃나무교실과 나농교실은 풀무학교 고등부 온실과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활동을 합니다. 어울림교실은 다양한 신체활동과 사회성발달을 목적으로 산, 들, 내, 논길을 오랫동안 걷거나, 공동체 놀이를 하는 활동입니다. 목공교실은 갓골목공실에서 목수선생님과 함께 필통, 수납장등을 만들며 도구를 사용하고, 나무를 만지는 법을 배웁니다. 풍물교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다루면서 호흡을 맞추고, 신명을 나누는 법을 배웁니다. 풍물을 다루는 실력이 점점 좋아져서 최근에는 마을축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의 교육활동은 유기농업에 생태교육과 직업교육을 엮은 '전인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 사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초중고등학교 12년 과정을 꿈이자라는뜰과 함께 지내는 동안, 농사일을 머리보다는 몸으로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익혀 갈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아울러 생태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농사일을 익히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마을 주민교사들과 오랫동안  꾸준히 맺어온 깊은 관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고른 신체 발달, 원만한 대인관계도 함께 키워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꿈이자라는뜰 농장
지난 2011년 봄부터 시작한 꿈이자라는뜰 농장은 풀무고등학교에서 읍내방향으로 약 500m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중학교에서도 따로 차를 타지 않고 걸어 올 수 있을만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대략 1,000㎡(300평)정도 규모의 농장에는 틀두둑 텃밭, 비닐하우스 온실, 퇴비장, 연못, 생태화장실, 파고라 쉼터, 닭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생태적이고 교육적인, 장벽이 없는(Barrier Free), 아늑하고 안전한 농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주로 재배하고 가공 판매하는 상품은 꽃모종과 채소모종, 허브차와 허브솔트, 피망과 파프리카, 꿈뜰란(계란), 자연염색 손수건 등입니다. 농장을 만드는 일과 마찬가지로 자립을 위한 판매 상품들 역시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상품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품목을 계속 찾고, 배우고, 실험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장애와 농업 그리고 마을
꿈이자라는뜰을 여는 굵직한 열쇳말은 '장애와 농업 그리고 마을' 이렇게 세 가지 입니다. 장애와 농업 과 마을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매우 새로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농촌지역에서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이 양말을 포장하고, 볼펜을 조립하고, 커피를 파는 일도 의미가 있겠지만 도시가 아닌 이 곳 농촌에서라면, 주변 사람들처럼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익히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오히려 가족들과 가까운 마을 이웃들의 돌봄을 받고,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 어울려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았었나? 하는 질문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금 꿈이자라는뜰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장애와 농업
농사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농사일은 눈, 귀, 코, 입, 살갗-오감으로 느끼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입니다. 손, 발을 써서 때로는 힘 있게, 때로는 정교하게 온 몸을 움직여 도구와 생명을 다루는 일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수시로 지시를 따르거나,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혼자서 일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럿이 어울려 함께 일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중 한 두 가지 이상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두고 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장애인은 절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요. 오히려 농업을 '몸에 익히는 교육', '자립을 위한 직업', '조화롭게 하는 치료'의 과정으로 재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장애인이 홁을 만지면서 땀을 흘리고, 어울려 일하는 법을 몸에 익히고, 살아가는 힘을 키워가는 것은, 그 과정이 더디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장애와 마을
꿈이자라는뜰은 안으로는 장애청소년을 중심으로 주민교사, 초중고 특수교사, 부모, 운영위원회가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 전공부와 같은 교육기관을 비롯해서 다양한 마을 단체와 주민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 크고 작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꿈이자라는뜰에 주기적으로 일손과 종잣돈과 토종씨앗을 나눠주십니다. 꿈이자라는뜰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귀하게 여겨주시고, 사주시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농생태원예조합 가꿈과 갓골목공실은 초창기부터 줄곧 꿈이자라는뜰의 배움터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셨습니다. 하늘공동체와는 올해 일자리를 함께 나누었고, 풀무비누공장에서는 꿈이자라는뜰에서 수확한 캐모마일로 비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주변의 여러 이웃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어려운 일들을 협력해서 함께 풀어나가는 것은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마을 안에서 이러한 의미와 즐거움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꿈이자라는뜰 안에서만 배우고,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여러 곳곳에서 배우고,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익히고, 관계 맺고, 자기 자리를 찾아서, 제 몫의 일을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꿈이자라는뜰이 그리는 내일의 모습입니다.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고, 마을 일터에 나가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자연스러운 일상을 만들어내는 수고는 정부 기관이나 특별한 누군가에게 따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 모두에게 열린 몫이자, 마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와 즐거움이라는 열매'이기도 합니다. 


 
_덧붙이는 글

평화와 함께
올 해 처음으로, 평화와 함께 매주 정기적으로 농장에서 함께 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정한 주 5일 중에 이틀을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일 한 것입니다. 덕분에 농장이 일터로서 무엇이 부족한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농장에 아늑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계절에 따라 적합한 일감을 꾸준히 더 찾아 봐야겠다는 것, 함께 일할 사람이나 여럿이 어울려 일할 기회가 더 많아야겠다는 것 등입니다. 각자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일을 나눈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용과 수고와 지혜
꿈이자라는뜰 농장의 텃밭은 대부분 틀두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네모난 틀두둑*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두둑이 무너질 염려가 없어서 항상 밭모양이 유지됩니다. 자연스럽게 통로를 이용하다보니 밭을 망가뜨릴 염려가 적어집니다. 일반두둑보다 높이가 있어서 물 빠짐이 좋고, 작업을 하기도 좋습니다. 나무틀에 손을 짚거나 몸을 기댈 수도 있습니다. 나무틀에 턱이 있어서 흙을 덮어 놓은 나뭇잎이 쉽게 쓸려가지 않아 좋고, 그 덕분에 풀이 덜나게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하고, 미리 누군가가 틀을 만들어 앉히는 수고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틀두둑을 설치하고 두 해 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이 방식이 농사일을 하는데 매우 유익하다는 것도 있지만, 장애인의 부족한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메꿔 줄 수 있는 훌륭한 보완책이라는 것입니다. 틀두둑처럼, 적은 힘으로 보다 쉽게 일을 하면서 수익은 더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미리 비용과 수고와 지혜를 짜내서 기반을 닦아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기반은 농장의 어떤 시설이 될 수도 있고, 수익사업의 어떤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장애인을 위해 어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장애인의 눈높이를 고려했을 때 모든 이웃 구성원들도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의미와 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돌쇠의 이야기
만 3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꿈이자라는뜰이 처음 만들어질 무렵의 바람들이 조금씩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중심은 거의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앞서 적은 소개 글과 홍순명 선생님이 2009년 가을에 쓰셨던 <장애인 마을 준비를 위한 작은 그림>***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대번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방향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일단 한 발을 내딛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바람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되어가고 있는지, 또 마을 주민들에게 그 생각과 마음이 얼마나 깊이 전해지고 녹아들어갔는지를 살펴볼수록, 또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내다보면 내다볼수록 정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다소 기운이 떨어진 듯 보이셨는지, 홍순명 선생님께서 풀무일요집회 생활나눔 시간에 힘내라고 칠판에 一路到白頭(일로지백두)라는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흰머리가 될 때까지 한 길을 간다는 뜻이랍니다. 긴 호흡으로 묵묵히 한 길을 가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셨겠지요. 힘이 났습니다. 생각난 김에 홍샘께서 일전에 꿈이자라는뜰에 적어주신 성어도 나누고 싶습니다. 知對小者 後聳大者(지대소자 후용대자)라는 글귀인데요, 작은 사람을 대하면서, 그 뒤에 크신 이가 솟아있음을 알라는 뜻이랍니다. 성서에 있는 말씀****이지요. 곱씹을수록 힘이 되는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꿈이자라는뜰에 일손을, 씨앗을, 종잣돈을, 생각을, 마음을, 지혜를 보태주실 분을 찾습니다. 크든, 작든, 오래든, 짧게든, 누구든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_각주
* <꿈이자라는뜰 농장> 나무로 만든 틀두둑 www.greencarefarm.org/158

**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보편적 디자인이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디자인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한다.

*** <장애인 마을 준비를 위한 작은 그림> http://www.greencarefarm.org/3

****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_마태복음 25장 40절 [개역개정]


+ 꿈이자라는뜰 농장: 충남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 628번지
+ 꿈이자라는뜰 사무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 664번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입구 지역교육관 2층 
+ 꿈이자라는뜰 블로그 www.greencarefarm.org 
트위터 @greencarefarm


+  <지역과 학교> 2012년 겨울호에 보낸 글을 여기 블로그에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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