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꽃밭교실(초중) 수업이 원래 화전부쳐먹기였는데, 봄나물 효소 담그기로 바꾸었다가 막상 오늘 비가 와서 꽃모종 옮겨심기로 바꿔서 진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작은 트레이에서 꽃모종을 다치지 않고 잘 빼 낼 수 있을까? 폿트에 옮겨심으면서 흙으로 꽃모종을 다 덮어버리지는 않을까? 처음엔 염려가 되었지만, 곧 쓸데없는 염려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아주 가끔 폿트에 흙이 부족하게 담기거나 모종 뿌리가 흙 위로 살짝 드러난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손을 댄 경우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관찰력이나 손놀림이 의외로 섬세하다는 것을 발견할 때면, 잠깐이지만 '의외'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꽃모종 옮겨심는 일이 싫타며, 작업이 끝난 폿트를 옮기는 일을 하고싶다는 원찬이에게 하던 일을 조금만 더 하고 일을 바꾸자고 했습니다. 근데 어느새 자기 맘대로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폿트를 옮기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둬야하나, 아니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조금 더 하게 해야 하나,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을 혼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원찬이와 단 둘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니 좀 엄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혼을 낸 셈이었습니다. 얼굴 표정이 잔뜩 얼어붙어서 말을 못 잇고, 일부러 눈을 안 맞추려는 모습을 보니 제법 많이 무서웠나봅니다. 꽃모종을 딱 하나 만 더 옮겨심고, 그 다음부터 폿트 나르는 일로 바꿔서 하자고 합의하고 잘 마무리지었지만 왠지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저녁에 큰 아이가 엄마 말 아빠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혼이 났습니다.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두 대를 맞고는 엉엉 울었습니다. 볼기를 맞은 아이도 많이 아프겠지만, 때린 아빠 마음도 엏제나 그렇듯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끈끈한 관계가 있고, 또 앞으로도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보듬어 갈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러면서 오후에 원찬이를 혼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여름이의 경우엔 그동안 함께 지내온 오랜 시간과 관계가 있었지만, 원찬이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찜찜했었나봅니다. 당분간은 원찬이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도 그렇고, 무섭게 혼을 내야 할 때는 또 혼을 내야 하겠지만 그전에 조금이라도 더 애정어린 신뢰의 관계를 쌓아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무섭게 혼낼 때, 내가 의도한 만큼의 강도와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