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자라는뜰의 텃밭농사, 기록농사, 사람농사


꿈이자라는뜰 최문철, 2016.


꿈이자라는뜰 농장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꿈이자라는뜰 농장에는 가까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매주 찾아와 함께 텃밭농사를 짓습니다. 지난 6월 29일, 중등 텃밭교실 이야기입니다. 관찰그림을 그려 보자고 하면, 언제나 자기가 좋아하는 상상 속 애니메이션 캐릭터만 그려내던 혁이가 오늘은 자기 텃밭 앞에 오래 앉아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놀랄 일인데, 자기 텃밭에 심어놓은 금잔화를 꼼꼼하게 그려낸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텃밭활동을 살피고 돌아와 보니 멋지게 색칠까지 해서 마무리 했더라구요. 강렬하면서도 사실적인 표현을 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담당 특수교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자폐성향의 발달장애를 가진 혁이의 이런 모습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었으니까요.

텃밭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작물과 어울려 핀 꽃들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 어찌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꿈이자라는뜰은 이런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꿈뜰이 왜 관찰그림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꿈이자라는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혁이를 처음 만난 것은 혁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0년, 꿈이자라는뜰 텃밭교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해였습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좋아하던 혁이의 앳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꿈이자라는뜰은 홍동초등학교, 홍동중학교, 풀무고등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학생들이 농사를 직업으로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꾸준히 농사를 짓다보면, 느리고 오래 걸리는 우리 아이들도 여기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래서 2009년 가을, 초중고등학교가 공동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을 시작하였답니다.


이 과정을 처음 생각해 낸 초,중학교 특수교사 선생님 두 분은 이 과정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고, 제대로 진행되려면 학교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연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초중고는 물론이고, 장애와 관련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넓은 준비모임을 꾸리셨지요. 준비모임도 같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학교장이 바뀌어도, 특수교사가 바뀌어도, 예산과 정책이 바뀌어도 이 교육과정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으려면, 일을 맡을 사람이나 농장을 모두 학교 밖에서 그리고 마을 안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마침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과정(풀무전공부) 창업(졸업)을 앞둔 제가 인연이 닿았고,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풀무전공부에 입학할 즈음의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농사로 온전히 자립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10년쯤 지나 농장이 자리를 잡고 나면, 장애인, 노인, 이주민과 함께 농사를 짓는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전공부 2년을 지내는 동안 혼자서는 도저히 농사로 자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도움을 받으며 살자,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자, 혼자서 다 만들어 놓고 누군가를 초대할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 농장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 경우엔 그렇게 생각이 바뀐 덕분에 지금 여기에 안착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애와 농사를 연결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비슷한 선례를 찾아보았지만, 장애든 비장애든 텃밭과 교육을 접목한 시도를 당시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장애인과 함께 농사를 짓는 농장만 두어군데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농사를 잘 모르는 특수교사와 장애를 잘 모르는 농부들은 우선 각자의 영역에 대해 서로 알려주고, 책을 찾아 같이 읽는 공부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달리 뾰족한 길이 없으니 일단 시작해서 몸으로 부딪혀 볼 수  밖에 없었고, 달마다 꾸준히 만나 수업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낯선 일 년을 보냈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의 텃밭농사; 몸과 마음과 관계를 이롭게 하는 농적 자극

꿈이자라는뜰의 텃밭교실을 처음 시작할 무렵엔, 어떻게 하면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농사기술을 가르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농사가 직업교육을 넘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매우 유익한 과정, 즉 전인적인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령 나중에 농부가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함께 농사를 지었던 시간들이 또 다른 어떤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삶의 기술을 익히는 데 더없이 훌륭한 자극을 채워주는 과정임을 알게 된 것이지요. 농사를 농업, 그러니까 직업과 산업으로서만 한정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꿈이자라는뜰의 텃밭농사는 전인교육으로서의 텃밭농사, 몸과 마음과 관계를 고루 이롭게 하는 텃밭농사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는 자연과 연결되어 생명을 돌보고 도구를 다루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눈, 귀, 코, 입, 살갗 오감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서 일해야 합니다. 손, 발, 몸을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정교하게 움직여서 일해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일 하거나, 지시를 따르거나, 여럿이 어울려 대화하며 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잘 해야 하는 일, 돈 버는 일로 생각하면 장애와 농사는 도무지 맞질 않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생산성이나 수익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으로 바꿔 생각하면 농사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자극을 주는 일이 또 없었습니다.


사람의 몸, 오감과 근육은 자극에 반응합니다.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감각과 근육의 기능은 조금씩 성장합니다. 반대로 꾸준히 이어지던 자극이 엷어지면 몸의 기능은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팔이 다쳤을 때, 깁스를 해서 오래 고정해 놓으면 있던 근육도 점점 사라집니다. 보청기를 끼면 귀는 ‘아직 들린다’는 자극을 받고 퇴화를 늦춘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자극이 만병통치약처럼 성장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딘 몸일수록 다양한 농적 자극을 만나게 하고, 그중에서도 반응하는 자극을 찾아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도 역시 자극에 반응합니다. 텃밭이 주는 자극, 농장의 분위기, 친구들의 눈빛과 선생님과의 대화에 마음은 반응합니다. “농업에 대한 애착은 입맛에서부터 시작해야지요. 의무감이나 머리가 아니라. 봄나물, 여름오디, 가을 메뚜기는 저절로 나는데다가 맛도 있고, 영양도 좋고 참 좋습니다.” 홍순명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마음 밭을 일구는 일이 텃밭을 일구는 일처럼 눈에 훤히 보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어렵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텃밭이 줄 수 있는 자연스럽고 생생한 자극들, 편안하고 아름다운 농장의 분위기, 따뜻한 눈빛과 마음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같은 좋은 자극들을 많이 주고받는 일, 그리고 그 자극이 내면으로 이어지도록 애쓰는 노력은 분명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해를 지나오니, 아이들은 어느 덧 농장과 농사일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오래되고 편안한 관계와 익숙해진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열린 말문은 닫힐 줄을 모릅니다. 캐모마일 꽃을 수확하면서, 텃밭에 둘러앉아 김을 매면서, 한련화를 옮겨 심으면서 손은 손대로 일하느라, 입은 입대로 수다를 떠느라 바쁩니다. 평범한 일상의 말들이지만, 상담실 책상 앞에서 오고가는 말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졌고 그게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농사 기술과 지식을 익히는 일이 필요하긴 하지만, 서로가 연결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농사’만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촘촘하게 이어줄 수 있는 것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장애와 농사의 연결을 고민하면서 우리는 교육과 치유, 자립의 가능성과 마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텃밭농사엔 몸과 마음과 관계를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4~5년이 지났을 무렵,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많이 느리고 오래 걸린다는 점, 그에 비해 주어진 시간은 초중고 12년으로 정해져 있다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함께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의 기록농사; 기록을 일구어 마음 밭의 땅심을 키우는 일

배움의 과정에서 다양하고 생생한 농적 자극을 받는 것이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 자극들이 내면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온전히 쌓이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농사를 짓되, 단순하게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배우는 법을 익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길이 바로 기록농사입니다. 텃밭 일을 마치면, 그늘 아래 앉아 함께 텃밭일지를 적습니다.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 일의 순서와 내용을 적고, 느낌을 살피고, 텃밭을 관찰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혁이의 금잔화 그림은 바로 이 과정에서 나온 열매였습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익혀야 할까요? 다양한 지식을 외워 머리 속에 쌓아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작은 지식이라도 스스로 만들어 내는 법을 익혀야 할까요? 답이 후자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데,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진 교과과정 덕분에, 오히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질 틈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상이 아니라 텃밭에서라면,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인식의 확장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틈을 만들어 내기가 훨씬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 관심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기 > 관찰

서로가 이어진 관계를 살펴보고 > 관계

그 관계를 바탕으로 변화를 만들기 > 관여


기록농사의 핵심인 <관심/관찰/관계/관여>는 다름 아닌 배움의 과정입니다. 삶을 이어가려면 누구나 이 배움의 과정을 지속해야합니다. 실은 각각의 과정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배움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요. 그런데 굳이 이 과정을 쪼개서 살핀 이유는 바로 꿈이자라는뜰에서 함께 농사짓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저마다 어려움에 부딪히는 단계들을 자세하게 짚어보고, 장애를 넘어 배움의 선순환이 시작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작은 텃밭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다양성과 변화의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자기 텃밭에 심어놓은 토마토를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지난주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작물이 시들었다면 흙이 말라있는지 만져 보게 하고, 작물과 물기는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면 언제 어떻게 물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이지 관여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콩알만했던 수박은 또 얼마나 자랐을까요? 수박의 크기를 자신이 아는 물체의 크기에 빗대어 적어보자고 합니다. 오백원짜리 동전만하다거나, 자기 주먹만 하다거나, 결국엔 친구 얼굴보다 더 커졌다고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겠지요? 글자로 개념을 한정 짓기 이전에 텃밭을 통해 본연의 다양한 맛, 모양, 향, 색, 질감들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생생하게 느껴보고, 그 느낌을 몸에 새겨 둔다면 호기심, 다시 말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앞으론 훨씬 더 수월해 질 것이 분명합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텃밭, 스스로 돌볼만한 작은 텃밭에서 <관심/관찰/관계/관여>의 과정을 익히는 것은 인식의 확장을 위해 매우 유리한 시작입니다. 작은 텃밭에서 점차 자연과 생태계로, 나와 친구에서 시작해 학교와 마을 그리고 사회로 인식의 대상이 스스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바람직하겠지요. 인식의 대상과 깊이, 내용이 확장된다는 것은 바로 지적인 성장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삶의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혁이가 금잔화를 꼼꼼하게 그려내는 모습에서 보여준 변화는 이런 의미에서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변화와 성장의 모습이 바로 꿈이자라는뜰이 기록농사를 통해 맺고 싶은 첫 번째 열매입니다. 


기록농사를 통해 맺고 싶은 두 번째 열매는 좋은 추억에 대한 기록들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날 때,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그 시간을 버티기가 쉬워집니다. 텃밭에서 일궈낸 작은 성공의 경험들, 예를 들면 텃밭에서 잘 키워서 집에 가져간 상추 때문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상추쌈을 싸먹었던 경험, 덕분에 정말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는 아빠의 칭찬, 이런 경험과 말들에는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들어 있습니다. 자이언티의 노래중에 '꺼내 먹어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런 가사가 나오지요. "쉬고 싶죠 시끄럽죠 다 성가시죠? 집에 가고 싶죠? ...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 배고플 땐 이 노래를 아침 사과처럼 꺼내 먹어요“ 모든 체험이 다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험은 기록을 통해, 자꾸 꺼내보고 돌이켜보는 되새김질을 통해, 이야기 하고 들려지는 것을 통해 경험으로 탈바꿈 됩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지요? 농부의 말로 바꿔본다면 저는 ‘기록은 기억을 재배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과 텃밭농사를 지으며 오감을 일깨우고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 친구와 함께 다양하고 풍성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기록으로 변환하고, 저장하고, 꺼내먹는 법을 서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농사를 짓는 일도, 직업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평소에 키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느리겠지만 스스로 남긴 기록들이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방법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큰 숙제입니다. 


꿈이자라는뜰의 사람농사;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돌보는 농부

농사를 통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었고,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텃밭농사를 함께 지으며, 몸과 마음과 관계를 이롭게 하는 농적 자극을 맛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기록농사를 함께 지으며 마음밭을 일구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견디는 힘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농부이자 마을교사로 지낸 지 어느덧 내년이면 10년째가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농사엔 충분히 그럴만한 의미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텃밭농사와 기록농사를 통해 살아가는 힘을 일구어내는 숙제는, 실은 장애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는 일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농부의 고된 삶을 버텨내는 힘을 다름 아닌 농사를 통해 자급할 수 있다면, 기록농사를 통해 발견하고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오만하지 않으려고,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물어봅니다. 나의 농사는 나의 몸과 마음과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견디는 힘을 스스로 공급하고 있는가? 농사의 의미와 가능성이 아무리 좋다한들,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내지 못하면 그게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돌보는 농부로서, 아이들보다 한발짝 앞서가는 어른으로서 이 질문을 평생 품고 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기록은 우리의 힘. 여러분의 텃밭농사와 기록농사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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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는 털보 또는 보루라고 불리우고요, 충남 홍성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에서 농사와 마을살이를 배우다가 그대로 눌러 앉았습니다. 논농사, 밭농사, 자식농사, 기록농사를 조금씩 섞어짓고 살고 있습니다. www.greencarefarm.org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엮고, 소나무 출판사에서 2016년에 펴낸 책,
『귀농 길잡이 두 번째』에 실은 꿈이자라는뜰 이야기를 옮겨왔습니다. 
책에는 ‘발달장애아이들의 꿈이자라는뜰’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 <2016 텃밭일지관찰그림전>에 전시한 작품중에 일부를 아래에 덧붙입니다.



귀농통문과 프레시안(2016.10.14)에 실렸던 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보루의 인터뷰기사입니다. 

이영민(마음행동연구소 모모 대표)님이 인터뷰와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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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소년, '농적 자극'을 만나다

[귀농통문] 돌봄농장 '꿈이자라는뜰'

이영민 마음행동연구소 모모 대표


남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가 있던 7월 어느 여름날. 발달장애 청소년과 함께 가꾸는 농장 '꿈이자라는뜰(꿈뜰)'의 하우스에서 나온 보루(꿈뜰 대표, 본명 최문철)의 얼굴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다 같이 점심을 만들어 먹는 자리가 예약되어 있어 귀농통문 편집위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황토로 지은 오두막 옆 탁자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동안 노래와 단팥, 가이는 예약된 점심 준비와 작물 돌보기를 하는 듯하다. 조용조용, 차분히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기운이 전해져 온다.

풀무학교 전공부 2년을 채워갈 무렵에 지역의 특수학교 교사에게서 제안을 받아 처음 발달장애 학생들과 농장을 꾸리기로 한 것이 2009년의 일이다. 유기농, 마을생협, 의료생협, 풀무학교, 전공부가 잘 자리 잡고 있는 충남 홍성이라는 마을이어서 가능했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제안하고, 교육과정을 짜고 1년도 채 안 되어 농장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배움터와 일터 '꿈뜰' 입구. Ⓒ전국귀농운동본부


보루는 원래 서울에서 이주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며 주말에는 장애 청소년들을 만났다고 한다. 풀무학교 전공부에 들어오기 전까지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의욕에 가득 찬 청년이었다고. 무엇이든 충분히 준비해서 나누는 것이 세상을 사는 의미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이주 노동자를 '돕는다는 것'이 어느 순간 그들이 자립하는 길을 막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자신이 여건을 만들고 그들은 그 혜택을 입으니 알게 모르게 눈치를 보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세상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단다. 전공부에서 공부를 할 때까지도, 주고받음이 자연스럽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준비한 후에 주고, 그다음 받는 것이 당연했다고 한다.

"자의식이 팽배했던 때"라고 스스로 규정지은 그 시기를 지나, 보루는 '꿈뜰'을 만들기 위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진행하며 '먼저' 도움을 받고 이후에 나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다.

몸으로 배우는 것은 확실히 머리로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그 경험의 강렬함이 때로 한 사람의 인생과 더불어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보루의 지난 7년이 그랬나 보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 하는 일들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그는, 무엇보다 오감으로 경험하는 농사일이 다른 이들보다 여러 걸음 늦게 자라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에게, 금방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마음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오는 장애학생들이 농장을 이용하는 시간은 각각 일주일에 두 시간씩이다. 각자 자신의 이름표가 걸린 텃밭을 가꾸며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일지를 쓰는 시간. 만화 캐릭터만 열심히 그리며 농사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친구가 어느 날 문득 금잔화를 그렸을 때, 자신의 수확물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며 즐거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꿈뜰'에서 이루어지는 배움과 성장에 대해 들어봤다.

▲ 꿈뜰 대표를 맡고 있는 보루(본명 최문철). Ⓒ전국귀농운동본부


- 아이들이 농장에 와서 늘 같은 일만 반복하나요? 농사는 시작과 마무리가 있는 과정인데 그것을 다 같이 하나요?

겨울에 빈 밭에서 시작해서 빈 밭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합니다. 갈고 심고 거두고 돌보고 가공을 하거나 중간 중간 요리해서 같이 먹기도 하죠. 지난주에는 감자 채를 썰어서 같이 요리해 먹기도 했고, 봄에는 쌈채나 이런 것들 나오면 샌드위치 해서 먹기도 하고. 아이들이 많이 겪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재작년 가을 읍내에 가서 아이들과 배추전이랑 깻잎전을 했는데, 여중 2학년 학생이 처음 칼을 잡고 요리를 하고 튀김을 만들었습니다. 마중 나온 엄마한테 먹여주면서 "엄마, 나 이거 집에 가서 또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칼을 안 쥐여 주거나 요리를 안 시키거나 하지만 위험하더라도 필요한 일, 하다못해 라면을 끓이거나 파라도 썰거나 계란 프라이라도 스스로 해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이 모험이기는 한데 스스로 할 기회를 주기 위해 모른 척하고 툭 던져서 맡기거나 하면 잘합니다. 아직 위험한 상황은 없었어요. 스스로 조심하니까요. 내 텃밭에 서 길러 먹고 하면, 많이 하는 얘기지만 안 먹던 건데 먹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따서 먹는 게 맛있고, 집에 가져가서 칭찬도 듣고 자랑도 하고 선생님께 선물도 하는 경험이 아이들한테는 좋은 일입니다.

- 비장애 아동도 그렇긴 한데, 어린아이들은 빨리 변화하는 게 보이고 부모들도 고마워하지만, 아이들이 고등학생 정도 되면 부모도 자녀가 거의 안 바뀐다고 생각하는 등의 편차가 있을 텐데요

한해 한해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이 전부입니다. 집과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영향받는 부분도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하는 부분도 있고, 퇴화하는 경우도 있어요. 갑자기 이야기를 잘하던 친구가 어느 날은 주변을 배회하는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하고. 

일주일 중 짧은 시간, 수많은 사람 중의 작은 만남이기 때문에 좋은 자극을 주고받고 싶고 성장하는 걸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한계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교사가 아무리 잘해도 49퍼센트를 넘기기 어렵고 부모는 아무리 못해도 51퍼센트를 넘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래도 감이 오는 부분, 이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의미 있을 것이라고 내가 판단하게 되거나 아이들 모습에서 보이거나 하면 고맙습니다.

▲ 매주 한 번씩 방문해 돌보는 아이들의 텃밭. Ⓒ전국귀농운동본부


- 아이들에게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굉장히 다양한 자극을 받습니다. 오감 자극. 힘을 쓰고 참고 견디고 대화하고 물어보고, 이런 것들이 사람이 사회생활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이잖아요. 돈 버는 농업, 성공하는 농업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한 인간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자극을 받는 과정, 통로라고 생각하면 농사만큼 생생하고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자극을 계속 주고받고 싶고 아이들이 노크하듯이, 사람의 근육이나 신경은 자극을 주지 않으면 퇴화하고 자꾸 쓰면 성장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느린 거예요.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고 더 유용한 자극을 찾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서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농적(農的) 자극을 많이 만나게 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그런 자극들이 아이들 내면에 잘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기록농사입니다. 일지 쓴 지 3년째인데, 첫해에는 수업하고 어떻게 일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계속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수업을 한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을 하고 나서 그것을 다시 돌이키면서 '서사'로 어떤 일을 했는지 적어보고 묘사하면서 농작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고 자기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거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텃밭이 줄 수 있는 이런저런 감각, 인식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다시 한 번 남기게 하고,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인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단순히 지식을 쌓게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배우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찰하고 파악하고 어떻게 하는지 고민하는 것. 그 과정에서 재미나 성장을 맛보거나,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것을 알게 하거나 자발적인 동력이 생기게 도와주고 싶어요.

세 번째는 아이들과 농사를 짓다 보면 손이 익숙해져 손으로 일하다가 수다를 떨어요. 김매다가 수다 떨고 캐모마일 따면서 수다 떨다 보면 속 얘기, 하고 싶은 얘기, 선생님한테 부탁도 하게 되죠. 상담실에서 하는 이야기보다 편한 자리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게 깊숙이 다가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같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좋은 기억을 쌓아 놓는 게 중요합니다. 자폐는 30대에 우울증 겪는 일이 많다고 해요. 비장애든 장애든 어쨌거나 살다 보면 힘든 일 많잖아요. 외롭거나 절망스럽거나 우울하거나 그럴 때 여기서 같이 웃고 떠들었던 재미난 기억들이 버틸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텃밭에서 자기가 잘 일구어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성공하고 돌보고 했던 경험이나 친구들과 여기서 웃고 떠들었던 경험이나 같이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던 이야기나 그런 추억들이 지금 당장 학교생활을 아이들이 버티는 데 필요하고 나중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생생한 자극들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내면에 쌓이는 작업 중에서 중간에 기록하게 하고. 그 기록들을 시간이 가면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찾고 있습니다.

- '기록 농사'란 무엇인가요?

재작년 '텃밭일지'를 처음 만들어 아이들과 써보니 너무 좋았어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만 먼저 구슬 서 말이 있어야겠지요. 구슬 서 말을 모으는 작업이 첫 번째. 아이들과 4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관심 두고, 관찰하고, 관계 살피고, 적절한 시점에 관여하는 과정이 배움의 과정이자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방법입니다. 

원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이라 후루룩 지나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관심을 두지 못하거나 관찰을 못 하거나 관계성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언제 개입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거나 이런 부분들 각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게 보입니다. 그 부분을 잘할 수 있도록 텃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심어" "적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다 심고나면 일부러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어보고, 덜 익은 토마토와 잘 익은 토마토를 맛보게 하고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게 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계속 살필 수 있게 도와주지요. 내가 금잔화를 기록한 것 같지만 금잔화를 기록했다는 것이 자기한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거나, 금잔화에 대한 그림이나 사진을 다시 봤을 때 다른 감흥을 느끼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학생과 텃밭, 사람과 작물이 있으면 이 사이에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고 관계를 살피고 어떻게 해줄지를 고민하는 게 농사 과정입니다. 생태학교에서는 관찰을 중요시합니다. 여기에 텃밭 농사가 그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은 관여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변화를 줄 수 있는데, 변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어떨 때 잘 되고 어떨 때 안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왜 잘 됐는지 토마토가 터졌으면 왜 터졌는지 이야기하거나 살피거나 머릿속에서 죽 되새겨서 하기 어려우니까 계속 적어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거죠.

3월부터 10월까지 텃밭의 변화를 적어놓지 않으면 읽어내기 힘들어요. 그런 것들을 하도록 도와주고 기록을 남겨놓으면 시간이 지났을 때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데, 농부의 기록은 기억을 '재배'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아요. 지배의 개념이 아니라 재배의 개념으로 보면 농사도 '내가 땅을 관리한다' 또는 '정복한다'는 게 아니라, 땅을 잘 돌봐서 좋은 땅을 만들고 좋은 씨앗을 받아서 새로 쓰고 작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처럼 내 머릿속 기억도 기록해서 농사를 짓는다는 개념이 기록 농사입니다.

좋은 기록을 남기고 좋은 기록을 고르고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엇을 하는 것이 육종입니다. 아이들도 농부도 주변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농사지어야 하고 토질과 기후가 다 다르니 교과서나 무슨 농법을 따르는 게 실은 큰 의미가 없어요.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거기서 새로운 것을 챙겨나가야 하죠. 일단 농부가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 성장하는 힘을 갖기 위해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인식을 확장하거나 자기 스스로 지식, 정보를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농부들도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기 힘든 이 세상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기록농사를 하면 기록을 남기고 계속 꺼내보는 과정에서 의미, 에너지, 힘을 받기 수월할 것입니다. 일지에는 작물에 대한 것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 작물의 변화, 날씨, 사건, 사연을 기록하고 연결합니다.

▲ '꿈뜰'에서 보낸 몇 년간의 모습들을 담아 사진 앨범으로 만들어 졸업할 때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전국귀농운동본부


- 한계를 가장 크게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이 아이가 얼마큼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얼마만큼 밀고 당길 수 있을까?' 이걸 알 수 없잖아요. 아프다고 하면 '참고 해보자'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모를 때 막막하지요. 또 한 가지는 잘 자라고 취직까지 돼서 정말 잘 다니던 안전하고 좋은 직장을,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마는 상황,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부모님과 신뢰감을 쌓은 관계여서 부모님이 내게 한마디라도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을 때가 안타깝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제일 막막합니다.

농업이 구조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것도 막막하고요. 농사만으로는 자립해서 살기 어렵다거나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상황들과 맞닥뜨릴 때 힘들지요.

- 본인의 비전은?

지금 이대로 살았으면, 이대로 계속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 힘을 얻기도 하고, 탈진하기도 하지만 그런 생활들을 버티면서 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른 데서 무언가를 소비해서 하기보다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를 찾아냈으면, 그게 농사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 스스로 농사지으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록농사를 짓는 것을 중요하다고 스스로 배워가는 과정에 있으니까 아이들이 기록농사를 지으면서 성장하고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나 버티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나 자신도 먼저 그것을 입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농사짓는 것, 아이들 돌보는 것, 가르치는 것 이런 과정들, 내 안에서도 기록을 남기고 갈무리하고 다듬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내 삶의 동력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된다면 누군가에게 그 기록이 쓸모 있으면 좋겠어요. 농사도 나에게 의미 있다는 게 무척 중요한데 가능하다면 아이들이든 또 다른 누군가에게든 의미 있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개인적으로 농사짓는 것이나 기록농사가 스스로에게 의미 있고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보루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냥 농부입니다. 자연이든 다른 사람에게든 해를 덜 끼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원래 농부는 그런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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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통문과 프레시안(2016.10.14)에 실렸던 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보루의 인터뷰기사입니다. 

이영민(마음행동연구소 모모 대표)님이 인터뷰와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프레시안 주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2610#09T0




안녕하세요, 꿈이지라는뜰 일꾼 보루입니다.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공부모임 세번째 시간이 다가오네요.
풍성한 배움과 사귐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0월 18일 토요일
2:30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정원 가꾸기>함께 읽기 II
    _진행: 보루(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최문철)

4:30 장애와 교육농업 _특수교육 적용사례
    _강의: 홍화숙(홍성특수교육지원센터장, 특수교육교과연구회, 특수교사)

+ 첫시간은 학지사에서 펴낸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정원 가꾸기>를 함께 읽는  두번째 시간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오시거나, 좋은 책이니 책이 조금 비싸지만 한권 구입해서 가져오시면 좋겠습니다. 미리 읽어오시면 더욱 좋구요, 못 읽으셨어도 주저하지 말고 참석해주세요~ 아울러, 적정기술과 유니버설 디자인, 퍼머컬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농장설계를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두번째시간은 2009년 꿈이자라는뜰을 처음 만들때 홍동초등학교에 계시면서 꿈뜰의 첫삽을 함께 뜨셨던 홍화숙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아울러, 김포 새솔학교와 성미산학교에서 진행하고 계신 원예수업 활동 사진도 함께 보려고 합니다.

+ 위의 모임은 홍동밝맑도서관 2층에서 진행됩니다.

+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공부모임 전체일정은 꿈이자라는뜰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http://greencarefarm.org/207

+ 사전에 미리 참석인원을 알려주시면 진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공부모임에 초대합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발달장애청소년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삶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배움터입니다. 꿈이자라는뜰을 시작한 2009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저희는 '장애와 농업'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그래서 찾은 네가지 열쇠가 바로 <교육, 치유, 직업, 마을>이었지요. 이 네가지 열쇳말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눌 이웃들을 이번 공부모임에 초대합니다! 안내역할을 해주실 좋은 선생님들도 모셨습니다. 한 달에 한번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홍동에서 만나요~

농사는 온 몸의 오감은 물론 힘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의사소통과 사고능력, 상호관계가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이 때문에 장애인은 농사를 짓는 것이 어렵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통해 몸과 마음과 관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농적 자극을 주고받는 교육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장애인의 몸과 마음과 관계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더 조화롭게 치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을 안에서 자립을 꿈꿀 수는 없을까요?

발달장애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인간답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분들을 이 자리에 초대합니다. 그중에서도 농업에서 그 길을 찾고 싶은 분들과 이 공부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이 지난 5년을 지내오면서 차곡차곡 모아둔 이야기들을 부족하지만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비슷한 꿈을 가진 분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고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서로 배우고 나누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일정: 8월 30일, 9월 20일, 10월 18일, 11월 15일, 12월 6일 토요일 오후 2:30 ~ 6:30
       (첫모임인 8월과 마지막 모임인 12월은 셋째 주가 아닙니다)
* 장소: 밝맑도서관 2층 공부방(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368-21번지)
* 대상: 특수교사, 마을주민교사, 학부모, 농부 등 누구나
* 가급적이면 공부모임 이후에 함께 식사를 하면 좋겠습니다. <동네마실방 뜰>에서 맥주와 함께 이야기모임도 이어집니다. 먼데서 오시는 분들은 갓골 게스트하우스 숙박을 추천합니다.
* 모든 강의는 무료입니다. (식사, 맥주, 숙박, 교재구입은 자부담입니다.)
* 강사의 사정에 따라 순서가 바뀌거나, 강사가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교재: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정원 가꾸기> _학지사
* 본 공부모임은 홍성군 평생교육센터 지원사업으로 진행됩니다.
* 꿈이자라는뜰의 자세한 소개는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www.greencarefarm.org/197

<자세한 일정>

8월 30일 토요일
2:30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개론_네가지 열쇳말: 교육, 치유, 자립, 마을
         _진행: 보루(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최문철)
4:40 꿈이자라는뜰 사례 소개, 꿈이자라는뜰 농장 견학
         _진행: 보루

9월 20일 토요일
2:30 배움의 장, 텃밭정원교실 만들기 I
         _<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정원 가꾸기>함께 읽기 _진행: 보루
4:30 장애와 치유농업 _상처를 어루만지는 농업
         _강의: 김형득(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도시농업연구팀)

10월 18일 토요일
2:30 배움의 장, 텃밭정원교실 만들기 II
         _ 교재 함께 읽기, 허브수확과 가공등 농사 실습 _진행: 보루
4:30 장애와 교육농업 _특수교육 적용사례
         _강의: 홍화숙(홍성특수교육지원센터장, 특수교육교과연구회, 특수교사)

11월 15일 토요일
2:30 배움의 장, 텃밭정원교실 만들기 III
         _ 교재 함께 읽기, 농장설계 실습_진행: 보루
4:30 장애와 자립농업 _장애인직업개발연구사례, 해피투게더 농장 사례
         _강의: 임유신(경기도 직업개발연구센터 사무국장, 해피투게더팜)

12월 6일 토요일
2:30 장애와 마을 ①_해외 장애인 공동체 마을 사례 나눔
         _ 캠프힐, 프로비넌스팜 등 _진행: 보루
4:30 장애와 마을 ②_캠프힐 모델의 국내 적용 가능성과 과제
         _진행: 남기영(캠프 아라리/정선햇살자연농원 대표, 농부


*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공부모임 안내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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