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에서 하지사이, 간추린 소식

❉ 춘분, 3월 20일, 4/24절기 ❉

  • 춘분 전후로, 농장에 심고 모종장에 가지고 나갈 모종들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올 해는 대략 80여종의 꽃, 채소, 허브 모종을 키웠습니다. 봄강풍에 모종온실 비닐이 찢어졌습니다. 농장 이사하면서 2017년 12월에 온실을 지었으니 만 7년동안 잘 썼네요. 큰 비닐을 덧대서 해결!
  • 3월 중순에 눈이 오더니, 춘분이 지난 3월 말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찢어진 틈으로 하우스 안에 눈이 내리고, 활짝 핀 수선화에 눈이 쌓이는 모습이 묘하고 낯설었습니다.
  • 2025년의 새로운 시도, 어린이집 유아들과 자연에서 만나는 꿈뜰 논학교를 시작했습니다. 3월엔 논둑을 산책하고, 냉이를 캐서 전을 부쳐먹었습니다.
  • 2024년 한 해 활동 갈무리와 2025년의 도전과 바람을 정리해서 <춘분에 부치는 편지>에 담아 보냈습니다. 후원이웃들에겐 인쇄하여 우편으로 보내드렸고, 누구나 살펴보실 수 있도록 꿈뜰 블로그에 올려두었습니다. 꿈뜰의 활동과 살림살이가 궁금하시다면 <춘분에 부치는 편지>를 살펴봐주세요. http://www.greencarefarm.org/326

❉ 청명, 4월 4일, 5/24절기 ❉

  • 텃밭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올 해는 홍동초 4명, 금당초 3명, 홍동중 3명, 풀무고 2명 총 12명이고요, 초중등은 조조와 짱돌이, 고등은 보루가 발달장애청소년들과 만납니다. 지난 16년동안 해마다 반복해온 일이지만, 함께 농사를 짓고 관계를 맺어가는 중에 여전히 새로운 발견과 작은 변화들이 보이는게 신기합니다.
  • 이른 봄 잠깐동안은 날씨가 너무 빨리 더워지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봄철 내내 눈비가 잦고 흐린 날이 많고 기온도 낮은 편이어서 그런지 모종들의 자람새가 더뎠습니다.
  • 4월 꿈뜰 논학교에선 아이들과 함께 볍씨를 파종했습니다.
  • 새로 지은 온실에 6종류의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 내내 (후글컬쳐를 응용해서) 땅을 깊게 파고 나무와 유기물을 잔뜩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놓은 두둑에 심었는데, 올 해 토마토 농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 장애인차별철폐의날(장애인의날)을 동네에서 기념하기 위해 여농센터와 함께 『같이 좀 모르자』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최선영님이 소개해주신 '장애와 예술과 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이 '장애와 농사와 교육'을 연결해 온 꿈뜰의 시도와 닮은 구석이 많아 신기했습니다. 지지를 받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 힘이 되었습니다.


    ❝ 나는 장애인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환경, 상황, 장소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여러 요소들을 생각하고 시도해 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여전히 어렵고 예측을 벗어난다. 그것은 이제 문제 요소가 아니라 당연한 상황이자 질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같이 오래도록 모름을 인정하며 무언가를 해보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 최선영, 『같이 좀 모르자』 160p

❉ 곡우, 4월 20일, 6/24절기 ❉

  • 다알리아 구근, 땅콩과 옥수수 모종을 내다 심고, 생강밭엔 볏집을 덮어 주었습니다. 
  • 꿈뜰은 사회적협동조합이자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협동조합 사이트와 국세청 홈택스에 경영공시를 해야합니다. 활동과 살림을 자세하게 기록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은 꿈뜰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 안그래도 해마다 해오던 일이었지요. 다만 법인이 되고부턴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해서 평소보다 공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 4월 23일, 잔디깍기와 예초기를 사용해서 올 해 첫 풀깍기를 했습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무지개학교 친구들을 맞이하고 싶었거든요.
  • 올 해 모종장(봄맘이큰장)은 4월 26일 토요일에 열렸습니다. 꿈뜰 일꾼들과 정성껏 키운 모종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신 동네이웃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입하, 5월 5일, 7/24절기 ❉

  • 입하즈음은 온갖 모종들을 내다심어도 괜찮아야 할 계절인데, 아침 최저기온이 7도에서 심지어 3도까지 내려가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기만 하는게 아니라, 일교차가 커지고, 어제 오늘 내일의 변화가 심하고, 기온과 강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진다는게 기후변화의 모습인것 같습니다.
  • 모종장 이후로, 온실에 있던 모종들을 농장 곳곳에 옮겨심고, 풀을 깍고 덮는 일로 바빴습니다. 흙이 보이지 않을만큼 꼼꼼하게 덮어주는 일을 멀칭이라고 하는데, 꿈뜰에선 농장에서 나오는 식물성 재료들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5월 꿈뜰 논학교에선 쑥버무리를 만들어먹었답니다. 홍동초등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논생태수업도 시작했습니다. 논 생태계를 온 몸으로 만나고, 마을 교사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감지되고 쌓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다지려고 꺼내 읽은 즐거운 논학교의 한구절을 소개합니다.


    
❝ 아침의 벼 잎 위에 쳐 있는 거미줄이 아침이슬에 반짝이는 풍경이나, 한낮에 논 속에서 풍기는 벼의 향기에 찌는 듯한 짙은 공기의 느낌, 저녁 무렵 논 위로 몰려들어 날아다니는 잠자리 무리에서 느끼는 동경과도 비슷한 감정, 한밤중에 논 옆의 논둑을 지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할 때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의 섬세함, 이런 세계는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농사일은 이런 세계에 의해 지탱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전해주지 않고는 인간이 왜 '노동'을 통해 살아 갈 수 있는지의 본질을 아이들이 파악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유네 유타카, 『즐거운 논학교』 281p

❉ 소만, 5월 21일, 8/24절기 ❉

  • 꺼먹보리가 익어가고 있어요. 밀과 보리 같은 겨울 작물을 심어두면, 온통 무채색인 겨울에 초록을 볼 수 있고, 온통 초록인 초여름에 갈색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바람이 물결치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잔잔한 기쁨이지요.
  • 산청간디고등학교와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청소년들이 일손을 보태고 갔습니다. 사람 손이 무섭다는 말처럼, 여럿이 우르르 한 차례 다녀가면 농장 풍경이 사라락 달라집니다. 홍동중학교 1학년 청소년들도 동네마실 활동으로 꿈뜰에 다녀갔습니다.


❉ 망종, 6월 5일, 9/24절기 ❉

  • 햇볕은 뜨겁지만 공기가 선선하고 쾌적하니 일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제 곧 습하고 끈적한 여름이 오겠지요.
  • 잘익은 딸기 냄새, 진한 쥐똥나무꽃 향기, 달콤한 스위트피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6월의 망종입니다. 지난 기록을 살펴서 앞선 계절의 향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3월엔 히야신스, 매화, 향기 수선화 - 4월엔 백리향 - 5월엔 아까시꽃, 찔레꽃, 장미꽃! 
  • 망종에 보내는 소식에서 질문했던 ‘누군가에게 꿈뜰을 소개한다면, 여러분의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답해주신 내용을 공유합니다.

    ❝ 꿈뜰은 다정한 농장이야! / 믿을만한 농장이야. 평화롭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워. 계속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 꿈뜰은 서성일 수 있는 농장입니다. 잠깐이든 긴 시간이든,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것 같아요. / 많은 도움은 안되지만 마음으로 늘 응원하고 있어요.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꿈뜰과 같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꿈뜰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여러분의 이유도 알려주시길 부탁드려요. 후원 이웃을 늘리기 위해 준비중인데, 어떤 이야기로 다가가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거든요.
linktr.ee/carefarmer 에서 ‘꿈뜰 일꾼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클릭해주세요▶︎

여름을 맞이하는 꿈뜰, 하지에서 추분까지

  • 6월 21일(토) 저녁 7시부터, 하지를 기념하는 시간을 농장에서 가지려고 해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다음 편지에서 전해드릴게요.
  •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을 조정합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 낮을 피해서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농사 일을 하지요.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하는 기간엔, 일꾼들이 번갈아 쉬는 여름 휴가를 가질 예정입니다.
  • 이번 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추분에 만나요~

『사랑의 노동』을 함께 읽고 있어요.

'어린 아이와 장애인, 노인과 아픈 사람은 누가 어떻게 돌봐야하는가?'에 대한 세상의 대답은 오랫동안 '여성이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조금 바뀌었지요. 돌봄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인정•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 덕분에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 '우리(간병인) 업무의 중심에 계속 사랑이 있다면 우리는 더욱 쉼 없이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읽고, '돌보는 이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무리한 요구일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사랑을 요구하긴 어렵겠지만, 섬세한 살핌과 친절한 보살핌은 부탁하고 싶어.” “사랑을 지시하거나 규칙으로 삼기보다, 사랑으로 둘러싸인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 “사랑은 상대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소진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는 대답들이 이어졌고, 대답은 다시한번 새로운 질문과 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나의 수고가 사랑의 노동으로 지속될 수 있으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로 말이지요.

꿈뜰 책모임이 격주 목요일 오전, 꿈뜰 농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으니, 책모임 일정을 꿈뜰 일꾼들에게 문의해주세요. 책은 미리 읽어오지 않고, 모여서 함께 읽습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엔, 문장과 맥락의 명확한 뜻을 살펴보기도 하고, 각자의 밑줄과 질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나눈 이야기는 책모임 아카이브에 기록하고 있고, 꿈뜰 링크트리를 통해 건너가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책 동무들과 수집한 문장들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 우리는 접촉으로 돌봄을 소통할 수 있고 근육에 남는 기억으로 돌봄의 경험을 간직할 수 있다. … 우리 신체의 생리학적 특성(감각, 근육기억, 미세한 촉감, 표정, 집중력,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구조 등)은 돌봄의 역량을 촉진하도록 되어있다. 75p
  • 우리는 어떻게 돌볼지를 알아내야 하고, 그러려면 “탐구하는 습관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것이 돌봄 역량의 출발점이고 돌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이러한 지식은 행동하고 관찰하고 반추하는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76p
  • 언어를 배우기 전이거나 자신의 필요를 말로 표현할 역량이 없는 누군가를 돌보려면 주의를 기울여 살피는 것이 필수적이다. 해석과 대처뿐 아니라 세심한 관찰도 필요하다. 101p
  • 우리는 매우 고립되어 있습니다. 다들 거리를 두니까요. 그래서 오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이야기라도 하면 우리가 무언가 고유한 것을 거쳐왔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148p
  • (시민단체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연대, 목격자 역할, 정책 개선 활동, 조언 등은 수백만 가족에게 생명줄 이상의 역할을 했다. 그들은 이상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들의 놀라운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결연한 저항의 정신을 가지고, 이곳 직원들과 장애 아동 엄마들은 단지 자기 아이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능력이나 기술이 있는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가진 가치를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전투에 들어가게 된다. 장애를 입지 않는다해도 노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따라서 그들이 외치는 요구 사항은 우리 대다수가 언젠가 의지하게 될 것들이다. 151p
  • 아이들에게는 타인을 돌보는 기쁨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줄 어른들이 필요하다. 153p
  • 돌봄은 봉사하는 행동입니다. 누군가의 필요를 자신의 필요보다 앞에 두는 것이죠. 여기에는 지속적인 분석과 반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상대를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치유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206p
  • 불교에서 말하는 긍휼의 첫 번째 조건은, 고통을 볼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렇게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긍휼은 기쁨, 평정, 열린 마음과 함께 서로 지원하고 강화하는 네가지 요소중 하나다. 기쁨과 평정이 없다면 긍휼을 소진되고 말 것이다. 210p
  • 때로는 절제하면서 목격자가 되어주는 종류의 ‘그저 있어주기’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일 때가 있습니다. …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변화를 만들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243p
  •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유하는 사람 본인이 상처를 입었거나 손상을 입은 사람이라면 치유 과정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246p
  • 좋은 돌봄은 개개인이 정보를 잘 따져보고 선택을 내리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돌봄은 아픈 신체와 복잡한 삶에 지식과 기술을 세심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지속적이고 협업적인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254p

매들린 번팅은 각기 다른 돌봄 현장을 찾아가 부모, 시민단체 활동가, 간호사와 의사, 간병인, 사회복지사들을 인터뷰하며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특정한 돌봄 영역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대입해서 읽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모두는 본래 타인의 돌봄에 의해 형성된 존재이고, 어느 순간엔 반드시 돌봄을 주고받는 핵심 주체가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지요.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과 후원이웃

문자메세지와 SNS를 통해 - 절기의 계절감과 농사일, 돌봄의 문장들, 꿈뜰 소식을 15일 간격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이 73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나길 바라는데, 5월말까지 112명이 신청해주셨답니다. 새로운 분들에게 꿈뜰의 이야기가 닿을 수 있도록 소개와 추천을 부탁드려요. ▶︎ 소식을 주고받는 이웃신청하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보고 있기때문에 따로 문자를 신청하지 않으신 분들도 일년에 네번(또는 한두번) 문자를 받는 이웃으로 등록해주시길!
올 해 안에, 정기후원 이웃이 42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길 바랍니다. 5월말 기준으로, 12명이 늘어 54명이 정기후원을 해주고 계시지요. 후원이웃들에겐 춘하추동 절기에 <편지와 엽서>를 인쇄해서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후원 이웃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장애와 농사와 교육을 연결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어요. 도움에 힘입어, 농장을 돌보고 서로를 돌보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보겠습니다. 섬세하고 다정하게!


  • 일시후원_ 1월 김지유, 신나영, 조희주 / 2월 권정렬, 정승희 / 3월 최요한, 김지은, 김현주, 임경원 / 4월 김현주, 조희주 / 6월 풀무교육
  • 정기후원(5월말 기준, 가나다순)_ 강국주, 강민정, 강소연, 김기선, 김단비, 김영미, 김영은, 김정연, 김현희, 김희수, 나정미, 남경숙(이히브루), 문소라, 문연승, 민병성, 박성호, 박소정, 박소혜, 박시우, 박신자, 박주영, 배지현, 복많관, 서자영, 신나영, 신은미, 안문자, 안정순, 오도, 윤찬솔, 이군옥, 이동호, 이상희, 이세형, 이승진, 이영남, 이영주, 이재자, 임수진, 임이담, 장미빛, 장은경, 장정우, 전봄이, 전진선, 정찬경, 조한영, 조혜정, 주한, 최명진, 최인섭, 최인숙, 풀은주, 하늘공동체, 홍화숙, (주)커넥티드인사이트

봄을 보낸 일꾼들의 이야기와 기록농사

👩🏻‍🌾 조조•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피어난 화사한 튤립을 떠올리며 그렸어요. 계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풍경 속에서 살고 있는 요즘 일상이 참 좋아요. 봄은 봄이어서, 여름은 여름이어서 좋아요.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피어난 화사한 튤립. 조조의 그림


🙆🏻‍♂️ 요르 •감자는 언제 캐지? 모내기 끝나고하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않고. 요르의 글씨


🪨 짱돌 •봄이면 차오르는 연두, 초록빛을 그렸어요. 모종을 기르며 새싹을 실컷 
본 봄이었네요.

봄이면 차오르는 연두, 초록빛. 짱돌 그림


🌕 달달 •더워지기 시작할 때, 딸기를 따는 일꾼들의 손과 얼굴을 생각하며 시를 썼습니다. 조금씩 붉어지는 손끝과 얼굴, 새콤한 향, 입 안에 감도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딸기, 글 달달, 그림 짱돌

🧙🏼‍♂ 보루 • 4월 25일 오후 6시 즈음의 단풍나무 숲을 엽서로 공유합니다. 햇살이 비친 연한 잎들이 밝게 빛나며 흔들리는 모습이, 아직은 덜빽빽한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볕뉘가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 단풍나무 숲에 이웃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어요. 그 날이 꼭 오기를!

4월 25일 오후 6시 즈음의 단풍나무 숲, 보루의 사진

🙋🏻 비빔•올 여름 시원하게 납시다!

올 여름 시원하게 납시다. 꿈뜰 조합원 비빔의 그림


🦗베짱 • 바쁜게 좋아요. 일하고 개밥주고 산책시키고 운동하고.

🌺팽팽 • 봄에 자전거타다 다쳐서 한동안 출근을 못했어요. 활동을 제대로 못하니 많이 답답했습니다. 6월부터 다시 일할 수 있어 좋아요.


자기다운 모습으로 서로 어울리고 배우는 농장, 꿈이자라는뜰입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 - 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농장입니다.

농장 오시는 길, 갈무리 편지, 책모임 기록, 아카이브, 소식을 주고받는 꿈뜰이웃 신청하기, 인스타그램으로 건너가기
▷링크트리 linktr.ee/carefarmer

후원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739-1
홈페이지 http://www.greencarefarm.org
메일 greencarefarmer@gmail.com
인스타그램 @greencarefarm

 

추분에서 동지사이, 꿈이자라는뜰 간추린 소식

추분, 9월 23일, 16/24절기

  •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고, 낮에는 살짝 더운 느낌이 듭니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는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들(또는 받아들이는 것 외엔 어쩔 도리가 없는 변화들)을 온전히 수용하고 순응하려면, 변화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감지해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땅콩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잎이 무성한 것에 비하면 열매가 적었지만, 작년보다 더 많이 거두어들였습니다.

한로, 10월 8일, 17/24절기

  • 한로 날 아침, ‘차가운 이슬’이라는 이름답게 수크령과 아스파라거스에 맺힌 이슬과 자욱한 안개가 신비롭게 느껴지는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 10월 8일, 사부작이 마련한 발달장애와 마을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장애와 마을을 잇는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허브데이를 앞두고 농장을 깨끗하게 정비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고, 도구와 자재를 정리하고 기울어진 천막 창고도 나무를 덧대어 반듯하게 수리했습니다.
  • 18일~19일, 허브데이 <신나는 정원>을 열었습니다. 날씨가 안좋았지만, 농장을 찾아 온 이웃들과 알차게 잘 놀았습니다. 꿈뜰 블로그에 사진과 이야기를 올려 두었습니다.

상강, 10월 23일, 18/24절기

  • 올 해는 서리가 늦은 탓에 10월 말에 고구마와 생강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생강을 수확하고 가공하는 일은 11월 중순까지 이어졌습니다.
  • 새온실 마지막 두둑을 완성했습니다. 정성을 많이 들인만큼 두고두고 오랫동안 식물들의 좋은 보금자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입동, 11월 7일, 19/24절기

  • 홍동은 그동안 상강 지나고 일주일 안에 서리가 내렸는데, 올해는 입동날 서리가 내렸습니다.
  • 1109 홍동면 거리축제, 1110 마르쉐@목동, 1110 홍성비건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 입동날 아침 된서리가 내린 후로 영영 추워지고 마는가 싶었는데, 한동안 마치 가을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볼 수 있어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 마늘과 튤립, 양파를 심었습니다.

소설, 11월 22일, 20/24절기

  • 공기는 좀 차갑지만, 한 낮엔 햇살을 즐길 수 있을만큼 볕이 좋은 날도 있었습니다.
  • 초중고 텃밭수업 시간에 군고구마를 구워먹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불을 피워보겠다고 도전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을 피워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1127 농촌형 통합돌봄 체계구축 ‘홍동다움’ 성과공유회에 다녀왔습니다. 꿈뜰은 올 한 해 동안 사회서비스공급주체 다변화사업 컨소시엄에 ‘장애+비장애 청년농업 인턴쉽’으로 참여했답니다.
  • 1128 비바람이 심했어요. 눈은 조금 내렸지만,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대설, 12월 7일, 21/24절기

  • 사박사박~ 간밤에 자라난 서릿발을 밟는 느낌이 재밌습니다.
  • 11월 8일 꿈이자라는뜰에서 열린 좌담회 이야기가 <웹진이음>에 실렸습니다. 좌담) 충청 지역 장애예술 지형 -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터전을 만들기 위해

하지에서 동지사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모임 동무들과 수집한 문장들과 질문들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 노르웨이에서 효과가 좋았던 모델이 있는데, 바로 ‘그린 케어’다. 이 서비스는 전통적인 농장을 지역 사회의 치매 환자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가짜 환경보다 좋고 환자에게 자극도 된다. 이런 시설들에서는 정규 간병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치매 환자들이 주방이나 정원에서 일을 돕거나, 나무를 패거나,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거나, 함께 식사를 하거나 산책하러 갈 수 있다. p174 여섯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 어떻게든 부족함을 남기는 전체적인 상황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웠다. ... 알다시피 (치매인) 나와 많은 친구들에게 행복은 순간의 마음챙김, 현재에 대한 감사가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과거는 종종 흐릿해질 수 있고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 우리 모두는 더욱 현재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 p209 일곱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 나에게 치매 진단을 해준 의사는 좀 더 긍정적인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네, 치매는 참 곤란한 병이에요. 하지만 이 새로운 꼬리표가 당신을 나타내지는 않을 거예요. 5분 전에 이 문을 열고 들어온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입니다. 여전히 당신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것이 될 수 있어요." 예전에 내가 진료실을 떠날 때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p228 여덟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질문] 오늘의 나는 치매(노화)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어떤 태도와 습관이 내 몸에 배어 있으면 좋을까? 치매친화적인 거주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싶어.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에 머물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 치매는 장애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질문으로 가져오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서 읽을 책은 『사랑의 노동』입니다.
  • 책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책들을 꿈뜰 블로그에 소개해두었습니다. 꿈뜰 블로그에서 밑줄과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모임 아카이브로 건너가실 수 있어요.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들에게

  • 계절이 바뀌는 모습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농사짓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철따라 이어지는 텃밭수업 아이디어도 소개하고, 스스로를 살피는 법과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공부하며 수집한 기록들도 꾸준히 공유하겠습니다.
  • 한주간의 농장활동을 30초 이내로 압축한 <위클리꿈뜰>을 꿈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매주 공유하고 있어요. 꿈뜰소식을 생생하고 빠르게 살펴보실 수 있지요.
  • 지난 추분을 기점으로 문자메세지와 SNS를 통해 <00절기에 부치는 꿈뜰소식>을 발신하기 시작했어요. 꿈뜰 소식을 문자로 받고 싶으시면, 꿈뜰 링크트리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을 통해 신청해주세요. 새로운 이웃들이 많아지도록 소개도 부탁드려요.
  • 정기후원자분들에겐 춘하추동 절기에 <꿈뜰 일꾼들의 글과 엽서>를 소식과 함께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한 해를 갈무리하는 작업이 끝나면, 2024년 활동과 살림을 정리한 <갈무리 편지>도 이어서 공유하겠습니다.
  • 자주 만나기는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소식을 주고 받다보면,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질테고,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일도 생길 것이고, 때로는 시의적절하게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만남도 이어지겠지요! 차근차근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관계’를 엮어 나가겠습니다^^

좋은 소식! 꿈뜰이 ‘공익법인’이 되었답니다.

  • 꿈이자라는뜰은 비영리법인 중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이기때문에, 개인과 법인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어요. 이제 공익법인이 되었으니 (기부자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부금영수증도 발급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꿈이자라는뜰에 새로운 후원 이웃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하반기에 공익법인이 되었지만,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2024년 1월부터 12월 사이에 사협 계좌로 후원해주신 모든 내역이 소급되어 적용됩니다. 내년 초, 발급 시즌에 한번 더 안내할게요.
  • 후원계좌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 꿈뜰은 CMS 자동이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기적으로 꿈뜰을 후원하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뱅킹앱 또는 은행을 통해 후원계좌로 자동이체를 설정해주세요^^
  • 꿈뜰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서 후원계좌를 위와 같이 새롭게 열었습니다. 이전 꿈뜰 계좌로 후원하고 계셨던 분들께서는 사협 후원계좌로 전환해주세요.

가을을 보낸 일꾼들의 이야기와 기록농사

👩🏻‍🌾 조조•생강을 위한 글을 썼습니다. 생강이 자란 계절, 그걸 다듬는 손길들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뜨끈한 생강차 한 잔 마시며 겨울을 맞이해보아요❄️⛄️ (조조의 글은, 이 글의 맨 아래에 있습니다)

조조의 글은, 이 글의 맨 아래에 있습니다

🙋🏻 비빔•겨울엔 역시 홍시!

비빔이 그린 홍시

🙆🏻‍♂️ 요르 •가을을 어떻게 지냈나? 생각하는 사이, 겨울이 왔어요.

요르가 글씨를 쓴 <꿈이자라는뜰의 다섯가지 질문과 약속>

🌕 달달 •생강의 계절이다 보니 생강입니다. 자주 마주하고 다가가고 싶은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생강처럼 알싸하게 즐겨주세요.

생강 - 달달이 쓰고, 짱돌이 그렸어요.

🪨 짱돌 •단풍이 들고 있는 튤립나무 사진을 나눠요. 가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아~ 겨울잠 자고 싶다!

짱돌이 찍은 튤립나무 사진

🦗베짱 • 가을이 더웠어. 서울에 있느라 땅콩 캘 때 없어서 아쉬워. 겨울이 싫어. 상처가 아파서. 여름이 훨 나아.

🌺팽팽 • 가을이 오긴 했나….? 겨울이 오면 오는 거지 뭐. 생강이 안나

☘️꼬미 • 가을엔 날이 선선해서 일하는게 즐거웠어요.

🧙🏼‍♂ 보루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에 짓눌리지 않기를, 구조적인 한계를 알고 있지만 원망과 한탄에 그치지 않기를,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시도할 수 있기를,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은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가을을 지냈어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는 동안, 웬디미첼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답니다.

보루가 옮겨적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겨울을 맞이하는 꿈뜰 - 동지에서 춘분까지

  • 날이 춥고, 낮이 짧고, 물이 어는 겨울에는 농사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일꾼들은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농장 일을 쉽니다. 비장애일꾼들은 겨울 농한기동안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 꿈이자라는뜰이 활동과 사업을 갈무리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지표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부족한 부분을 더 쉽게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내용에 주목하는 경향이 크다고 해요. 채워진 것과 감사할 것, 축하할 것들을 살펴보는 일에 일부러 주의를 기울여서 균형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활동을 지속하는 힘> 엽서를 동봉합니다.  + 다섯개의 지표를 만들게 된 과정은 <자기답게 생존하기>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링크트리에 회신 창구를 열어놓겠습니다. <꿈뜰 일꾼들에게 보내는 이야기>에 편지를 읽은 소감, 안부와 소식 +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한 해를 갈무리하며 빈칸을 채워보세요


수상한 가을을 보내고

조조, 2024년 가을과 겨울 사이

이러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위가 이어지던 수상한 가을이 지났다. 이제야 비로소 아침마다 서리 내린 풍경이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 가까이 가래 낀 기침을 해대고 돌아다닌 까닭에 주위의 걱정을 샀다. 한 친구가 내 상태를 걱정하며, 생강 가루 한 병을 선물로 줬다. “생강은 다들 청으로 많이 마시는데, 설탕이랑 궁합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전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고 있어요. 처음에는 ’뭐지?‘ 싶은데 마시다보면 먹을만 해져요.” 이 선물을 기점으로 나는 요즘 생강에 다소 집착하고 있다.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인다. 친구가 준 생강 가루를 다 끓은 물에 푼다. 미량의 생강 가루가 긴 겨울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물 마시는 걸 몸보신으로 여기며 매일 습관처럼 생강물을 끓인다.

수상한 가을과 마침내 찾아온 겨울 사이에 생강이 있다. 농장에서도 생강을 만난다. 생강밭에서 동료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인사와 함께 퍼지는 반가운 생강향. 주위를 은은하게 채우는 그 향을 맡으며 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생강을 하나하나 만져가며 다듬고 있다. 갓 캐낸 생강은 캐낸 그 자리에서 다듬는다. 잎과 줄기를 꺾어 가지런히 내려둔다.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뜯는다. 마른 종강을 떼어낸다. 그러면 손에는 손질된 생강만 남는다. 방금 밭에서 뽑아 올린 이 생강은 살벌한 무더위 속에서도 이어진 농사꾼의 부지런한 돌봄과 언제나 열심으로 최선을 다해 생을 살아가는 식물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우리는 무엇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생강을 맞이한다.

종강은 눈에 띄게 거뭇거뭇하다. 본인의 세를 불리고 우리에게 몇 배의 수확을 안겨주는 걸로 한 해 역할을 해냈다. 종강은 햇생강과 구분해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바쁜 일정이 끝나면 일부는 다듬어 김장 재료로 쓰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잘 말려 가루를 내기로 했다. 흘깃 보기엔 볼품없어진 종강이지만, 살살 다듬으면 쓸모를 갖춘 모습으로 변신한다. 잔뿌리와 잎과 줄기는 밭을 떠나기 전 땅 위에 고르게 덮어 둔다. 빈땅이 드러나지 않게 덮어두면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을 맞이할 때 흙이 수분을 충분히 머금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음을 담아 땅 위에 잎을 덮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잠자리 옆에 걸터 앉아 찬바람 드는 곳이 없길 바라며 이불을 매만지는 손길을 떠올렸다. 생강을 품고 있던 땅 위에 가지런히 푸른 이불을 덮어준다.

한 차례 다듬고 난 생강의 무게를 잰다. 우리 농장의 알생강을 주문해준 요리사 친구에게 보낼 양을 덜어낸다. 요리사는 전국 곳곳 작은 농장들의 생강을 받아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틈마다 흙이 껴 있기 일쑤인데다가 모양이 제각각인 생강을 다듬는 일은 더디고 고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요리사 친구의 생강 다듬기 근황 소식을 보고난 후라서 그런지, 다듬기 쉬워보이는 굴곡이 적고 반반한 생강을 일부러 고르게 된다. 이제 곧이면 쫓기듯 일궈낸 모든 농사일을 끝내고, 따뜻한 조명 아래서 발 시려워하며 요리사 친구가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황홀하게 맛보겠지.

택배 보낼 양을 뺀 후 본격적으로 생각진액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착즙기에 넣기 전 마디마다 낀 흙을 씻어내야 한다. 고압 세척기로 생강을 씻긴다. 거칠게 붙어 있던 흙덩어리가 물총에 맞아 흩어져 흐르는 물과 함께 씻겨 진다. 얇은 껍질도 덩달아 벗겨진다. 밝은 노란빛의 생강 피부가 드러난다. 움틀 준비를 마치고 뾰족 솟은 붉은 뿔이 눈에 띄게 곱다. 한 차례 세척을 마친 생강을 큰 다라이에 물과 함께 담는다. 그 주변으로 동료들이 두런두런 모인다. 사람 손이 한 번 더 닿아야 다듬는 과정이 완전히 끝난다. 작은 칼로 아직 남아 있는 흙과 껍질을 벗기고 상한 부분을 도려낸다. 물에 손을 담구며 젖은 생강을 다듬는 일은 추워지는 계절에 고된 작업 중 하나다. 하루 목표량을 다 채워 다듬고 나면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생강차가 절실해진다. 그래, 다 우리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지. 새참 시간마다 생강진액을 마시며 ‘이렇게 좋은 걸 만드는 과정 중이구나’ 생각한다. 생강 향 만큼이나 은은한 자부심을 느낀다.

착즙기의 도움을 받아 잘 손질한 생강의 황토빛 진액만 뽑아낸다. 진액이 빠져나간 생강 찌꺼기는 따로 모아 볕에 말린다. 이 또한 잘 말려 가루내면 여기저기 요리에 요긴하게 쓰인다고는 하지만, 작년처럼 올해도 잘 말려 밭에 덮는 두꺼운 멀칭재로 쓸 예정이다. 깊은 냄비를 한 통 가득 채우는 양의 진액이 나왔다. 하루를 기다려 전분을 충분히 가라앉힌 후 진액만 따로 걸러 설탕과 함께 끓인다.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내고, 생강 그림과 설명이 적힌 스티커를 병 앞면 중앙부에 붙이면 올해 생강 농사도 끝이다. 생강 농사가 끝날 때쯤이면, 올해도 끝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시간이 참 빨라.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는 유독 순식간에 지나갔어. 어떻게 시간이 간 줄 모르겠어. 삶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유독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 한 해였지. 무릇 연말이면 할 법한 말들을 꺼내게 만드는 생강차의 능력.

생강은 여름의 무더위를 온전히 받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찬바람에 코가 시린 날이 오면 따뜻한 물이나 데운 두유에 생강진액을 섞어 홀짝홀짝 마신다. 몸에 열이 오른다. 입 안 가득 알싸한 생강향이 담긴다. 꿀꺽하고 넘기면 따끔거릴 정도로 화한 생강의 열기가 느껴진다. 생강차가 지나는 길마다 뜨끈하다.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둥근 몸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것처럼,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따뜻한 숨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하.” 몸에 퍼지는 온기를 느끼며 달궈진 머그컵을 양손으로 쥔다. 겨울이 왔다. 여름 내리 뜨겁고 습하던 집은 야속하게도 계절과 발맞춰 빠르게 식는다. 기름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손끝과 발끝이 차다. 심장의 펌프질이 약해진 걸까? 혈관을 흐르는 따뜻한 피만으로는 내 몸의 끄트머리까지 데우기에 역부족이다. 머그컵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실어 온기를 바짝 끌어안는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생강의 열감을 느끼며, 생강차가 몸속에서 길을 잃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휘젓는 상상을 한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 - 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농장입니다.

농장 오시는 길, 갈무리 편지, 책모임 기록, 아카이브, 소식을 주고받는 꿈뜰이웃 신청하기, 인스타그램으로 건너가기▷
링크트리 linktr.ee/carefarmer

후원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739-1
홈페이지 http://www.greencarefarm.org
메일 greencarefarmer@gmail.com
인스타그램 @greencarefarm

꿈이자라는뜰의 이웃들에게

꿈뜰의 농사와 활동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관심과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준 이웃들 덕분이에요. 편지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꿈뜰은 그동안 편지와 SNS를 통해 소식을 공유해왔어요. 도움을 주고받은 이웃들에게 한 해 활동과 살림을 정리한 <갈무리 편지>를 보냈고, 올 봄부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한 주간의 농장 활동을 담은 <위클리 꿈뜰>을 매주 공유하고 있어요.
꿈뜰이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통로는 <문자 메세지>와 <계절 편지>랍니다. 꿈뜰 소식을 신청한 이웃들에게 한달에 한두번 개별 문자로 꿈뜰 소식을 공유하고, 도움과 후원을 보내준 이웃들에겐 1년에 네 번(춘하추동 절기에) 글과 그림, 사진으로 갈무리한 꿈뜰 일꾼들의 기록을 엽서에 담아 편지와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꿈뜰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도 공유하겠습니다)

꿈뜰의 바탕이 되는 ‘장애’와 ‘농사’는 현실적인 한계와 비현실적인 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장애와 농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좋은 삶을 촉진하는 색다른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어요.
위클리 꿈뜰, 문자 메세지, 계절 편지, 갈무리 편지를 통해 후원과 응원을 보내준 이웃들에게 좀 더 자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고, 꿈뜰 일꾼들이 일구어낸 기록을 공유하고 싶어요. 안부와 소식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고 싶고, (머무는 곳이 달라 자주 얼굴보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삶을 함께 도모하는 관계가 조금씩 더 깊고 넓게 만들어지기를 희망해요. 이런 맥락에서 꿈이자라는뜰의 오래된 이웃들과 새로운 이웃들에게 세가지 부탁이 있어요.

① 메세지와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이미 알려주셨다면 땡큐! 아직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문자알림 수신여부와 개인정보 수집동의를 위해서라도 응답을 부탁드려요.  *꿈뜰 링크트리 ▷ 소식을 주고받는 이웃이 될게요! 

② 여러분의 안부와 이야기도 전해주세요.

꿈뜰 SNS에 ❤️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해주시고, 문자와 편지에 짧은 답변으로라도 안부와 소식을 전해주시면, 저희에게 분명 큰 힘이 될거에요. 언젠가는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③ 새로운 인연이 닿을 수 있게, 꿈뜰 이야기를 주변의 이웃들에게 소개해주세요.

꿈뜰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릴 분들에게 꿈뜰 소개와 링크트리 주소(linktr.ee/carefarmer)를 전해주세요. 함께 보내드리는 꿈뜰 소개카드와 엽서, 녹색평론 글을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꿈뜰을 지지하고, 후원하고, 참여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보고 만들어 볼게요. 꿈뜰과 여러 이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기를! <좋은 삶을 함께 만드는 이웃>이 되어 서로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

2024 추분을 앞두고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조합장 보루 올림

 


여름을 보낸 꿈뜰 - 하지에서 추분사이

🧙🏼‍♂ 보루 • 녹색평론 186호(2024년 여름호) ‘자급을 생각한다’시리즈에 기고한 꿈이자라는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꿈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살펴보실 수 있어요. 블로그에서 읽기▶︎ 입추 지나고 좀 선선해지는가 싶었는데, 여전히 날이 덥네요. 밝고 맑고 선선해서 좋은 꿈뜰의 가을을 기다리고 있어요. 

👩🏻‍🌾 조조 • 긴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올해부터 농장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어요. <꿈뜰 농장 도감>을 함께 만들고 있는 마을 청년 ‘김민’과 금잔화를 관찰하던 순간입니다.

조조의 사진 기록 - 금잔화를 관찰하던 순간

 

🙋🏻 비빔 • 뜨거운 여름을 버텼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 덥다고 한다. 더 버틸 수 있을까?

비빔의 그림 기록 - 가지

 

🙆🏻‍♂️ 요르 • 아직 조금 남아있는 여름이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겠지요. 24년 여름 안녕~~ 책읽기 모임 이후 기억에 남는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요르의 책모임 기록 - 짐을 끄는 짐승들 중에서

 

🌕 달달 • ‘공심채는 볶아먹으면 맛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에요. 공심채처럼 맛있게 즐겨주세요.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아 힘드네요. 얼른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싶어요.

달달의 시, 짱돌의 그림 - 공심채

 

🪨 짱돌 • 데크 앞에서 일하는 꼬미를 그려봤어요. 알록달록 여름 풍경으로 색칠해 주세요. 
여름은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반짝반짝했네요.

짱돌의 그림 기록 - 데크앞에서 일하는 동료 꼬미

 

+ 꿈뜰 활동에 참여하고 계신 이웃들과 후원을 보내주신 이웃들에게 인쇄된 엽서와 편지를 우편과 인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꿈이자라는뜰 일꾼들이 지난 여름을 보낸 이야기를 갈무리한 엽서


가을을 맞이하는 꿈뜰 - 추분에서 동지까지

10월 18일(금)~19일(토) 이틀동안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허브데이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주제는 ‘신나는 정원’으로 방향을 잡았지요. 자세한 허브데이 내용은 문자와 SNS등을 통해 안내하겠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 - 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농장입니다.

농장 오시는 길, 갈무리 편지, 책모임 기록, 아카이브, 소식을 주고받는 꿈뜰이웃 신청하기, 인스타그램으로 건너가기▷
링크트리 linktr.ee/carefarmer

후원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739-1
홈페이지 http://www.greencarefarm.org
메일 greencarefarmer@gmail.com
인스타그램 @greencare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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