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월 3일은 새로운 24절기를 시작하는 날, 입춘입니다. 입춘방을 한글로 적어보았어요. 봄 볕에 녹은 눈물, 새 날에 부는 바람
1. 여러분은 어떤 봄을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2.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덧붙여 둔 옛 기록을 읽다가, 꿈뜰이 어떤 모습으로 임팩트를 만들어 내길 바랐는지 돌이켜 볼 수 있었어요. 다시 만난 옛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 가시적 성과나 목표 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왜냐면 그래야 오래 버티니까. 작은 숲(공동체)을 많이 만들어서 서로 위로도 하고, 작은 약속도 하고, 그 ‘인간적인 과정’을 잘 관리하면서 가는 것!” _신영복, 대담 기사중에서 장애는 애초부터 ‘가시적 성과나 목표 달성’에 의미를 두기 어려우니,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기가 오히려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꿈이자라는뜰과 작은 숲. 다른 이름이지만, 같은 의미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우리의 약함, 부족함, 가난함, 장애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2016년 1월 31일, 보루, 페이스북)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고, 낮에는 살짝 더운 느낌이 듭니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는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들(또는 받아들이는 것 외엔 어쩔 도리가 없는 변화들)을 온전히 수용하고 순응하려면, 변화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감지해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땅콩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잎이 무성한 것에 비하면 열매가 적었지만, 작년보다 더 많이 거두어들였습니다.
입동날 아침 된서리가 내린 후로 영영 추워지고 마는가 싶었는데, 한동안 마치 가을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볼 수 있어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마늘과 튤립, 양파를 심었습니다.
❉ 소설, 11월 22일, 20/24절기 ❉
공기는 좀 차갑지만, 한 낮엔 햇살을 즐길 수 있을만큼 볕이 좋은 날도 있었습니다.
초중고 텃밭수업 시간에 군고구마를 구워먹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불을 피워보겠다고 도전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을 피워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1127 농촌형 통합돌봄 체계구축 ‘홍동다움’ 성과공유회에 다녀왔습니다. 꿈뜰은 올 한 해 동안 사회서비스공급주체 다변화사업 컨소시엄에 ‘장애+비장애 청년농업 인턴쉽’으로 참여했답니다.
1128 비바람이 심했어요. 눈은 조금 내렸지만,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 대설, 12월 7일, 21/24절기 ❉
사박사박~ 간밤에 자라난 서릿발을 밟는 느낌이 재밌습니다.
11월 8일 꿈이자라는뜰에서 열린 좌담회 이야기가 <웹진이음>에 실렸습니다. 좌담) 충청 지역 장애예술 지형 -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터전을 만들기 위해
하지에서 동지사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모임 동무들과 수집한 문장들과 질문들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노르웨이에서 효과가 좋았던 모델이 있는데, 바로 ‘그린 케어’다. 이 서비스는 전통적인 농장을 지역 사회의 치매 환자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가짜 환경보다 좋고 환자에게 자극도 된다. 이런 시설들에서는 정규 간병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치매 환자들이 주방이나 정원에서 일을 돕거나, 나무를 패거나,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거나, 함께 식사를 하거나 산책하러 갈 수 있다. p174 여섯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어떻게든 부족함을 남기는 전체적인 상황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웠다. ... 알다시피 (치매인) 나와 많은 친구들에게 행복은 순간의 마음챙김, 현재에 대한 감사가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과거는 종종 흐릿해질 수 있고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 우리 모두는 더욱 현재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 p209 일곱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나에게 치매 진단을 해준 의사는 좀 더 긍정적인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네, 치매는 참 곤란한 병이에요. 하지만 이 새로운 꼬리표가 당신을 나타내지는 않을 거예요. 5분 전에 이 문을 열고 들어온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입니다. 여전히 당신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것이 될 수 있어요." 예전에 내가 진료실을 떠날 때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p228 여덟번째 모임, 오늘의밑줄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질문] 오늘의 나는 치매(노화)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어떤 태도와 습관이 내 몸에 배어 있으면 좋을까? 치매친화적인 거주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싶어.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에 머물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 치매는 장애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질문으로 가져오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서 읽을 책은 『사랑의 노동』입니다.
책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책들을 꿈뜰 블로그에 소개해두었습니다. 꿈뜰 블로그에서 밑줄과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모임 아카이브로 건너가실 수 있어요.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들에게
계절이 바뀌는 모습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농사짓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철따라 이어지는 텃밭수업 아이디어도 소개하고, 스스로를 살피는 법과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공부하며 수집한 기록들도 꾸준히 공유하겠습니다.
한주간의 농장활동을 30초 이내로 압축한 <위클리꿈뜰>을 꿈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매주 공유하고 있어요. 꿈뜰소식을 생생하고 빠르게 살펴보실 수 있지요.
지난 추분을 기점으로 문자메세지와 SNS를 통해 <00절기에 부치는 꿈뜰소식>을 발신하기 시작했어요. 꿈뜰 소식을 문자로 받고 싶으시면, 꿈뜰 링크트리 <소식을 주고 받는 이웃>을 통해 신청해주세요. 새로운 이웃들이 많아지도록 소개도 부탁드려요.
정기후원자분들에겐 춘하추동 절기에 <꿈뜰 일꾼들의 글과 엽서>를 소식과 함께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한 해를 갈무리하는 작업이 끝나면, 2024년 활동과 살림을 정리한 <갈무리 편지>도 이어서 공유하겠습니다.
자주 만나기는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소식을 주고 받다보면,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질테고,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일도 생길 것이고, 때로는 시의적절하게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만남도 이어지겠지요! 차근차근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관계’를 엮어 나가겠습니다^^
좋은 소식! 꿈뜰이 ‘공익법인’이 되었답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비영리법인 중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이기때문에, 개인과 법인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어요. 이제 공익법인이 되었으니 (기부자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부금영수증도 발급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꿈이자라는뜰에 새로운 후원 이웃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반기에 공익법인이 되었지만,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2024년 1월부터 12월 사이에 사협 계좌로 후원해주신 모든 내역이 소급되어 적용됩니다. 내년 초, 발급 시즌에 한번 더 안내할게요.
후원계좌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꿈뜰은 CMS 자동이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기적으로 꿈뜰을 후원하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뱅킹앱 또는 은행을 통해 후원계좌로 자동이체를 설정해주세요^^
꿈뜰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서 후원계좌를 위와 같이 새롭게 열었습니다. 이전 꿈뜰 계좌로 후원하고 계셨던 분들께서는 사협 후원계좌로 전환해주세요.
가을을 보낸 일꾼들의 이야기와 기록농사
👩🏻🌾 조조•생강을 위한 글을 썼습니다. 생강이 자란 계절, 그걸 다듬는 손길들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뜨끈한 생강차 한 잔 마시며 겨울을 맞이해보아요❄️⛄️ (조조의 글은, 이 글의 맨 아래에 있습니다)
조조의 글은, 이 글의 맨 아래에 있습니다
🙋🏻 비빔•겨울엔 역시 홍시!
비빔이 그린 홍시
🙆🏻♂️ 요르 •가을을 어떻게 지냈나? 생각하는 사이, 겨울이 왔어요.
요르가 글씨를 쓴 <꿈이자라는뜰의 다섯가지 질문과 약속>
🌕 달달 •생강의 계절이다 보니 생강입니다. 자주 마주하고 다가가고 싶은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생강처럼 알싸하게 즐겨주세요.
생강 - 달달이 쓰고, 짱돌이 그렸어요.
🪨 짱돌 •단풍이 들고 있는 튤립나무 사진을 나눠요. 가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아~ 겨울잠 자고 싶다!
짱돌이 찍은 튤립나무 사진
🦗베짱 • 가을이 더웠어. 서울에 있느라 땅콩 캘 때 없어서 아쉬워. 겨울이 싫어. 상처가 아파서. 여름이 훨 나아.
🌺팽팽 • 가을이 오긴 했나….? 겨울이 오면 오는 거지 뭐. 생강이 안나
☘️꼬미 • 가을엔 날이 선선해서 일하는게 즐거웠어요.
🧙🏼♂ 보루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에 짓눌리지 않기를, 구조적인 한계를 알고 있지만 원망과 한탄에 그치지 않기를,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시도할 수 있기를,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은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가을을 지냈어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는 동안, 웬디미첼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답니다.
보루가 옮겨적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겨울을 맞이하는 꿈뜰 - 동지에서 춘분까지
날이 춥고, 낮이 짧고, 물이 어는 겨울에는 농사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일꾼들은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농장 일을 쉽니다. 비장애일꾼들은 겨울 농한기동안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꿈이자라는뜰이 활동과 사업을 갈무리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지표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부족한 부분을 더 쉽게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내용에 주목하는 경향이 크다고 해요. 채워진 것과 감사할 것, 축하할 것들을 살펴보는 일에 일부러 주의를 기울여서 균형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활동을 지속하는 힘> 엽서를 동봉합니다. + 다섯개의 지표를 만들게 된 과정은 <자기답게 생존하기>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링크트리에 회신 창구를 열어놓겠습니다. <꿈뜰 일꾼들에게 보내는 이야기>에 편지를 읽은 소감, 안부와 소식 +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한 해를 갈무리하며 빈칸을 채워보세요
수상한 가을을 보내고
조조, 2024년 가을과 겨울 사이
이러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위가 이어지던 수상한 가을이 지났다. 이제야 비로소 아침마다 서리 내린 풍경이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 가까이 가래 낀 기침을 해대고 돌아다닌 까닭에 주위의 걱정을 샀다. 한 친구가 내 상태를 걱정하며, 생강 가루 한 병을 선물로 줬다. “생강은 다들 청으로 많이 마시는데, 설탕이랑 궁합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전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고 있어요. 처음에는 ’뭐지?‘ 싶은데 마시다보면 먹을만 해져요.” 이 선물을 기점으로 나는 요즘 생강에 다소 집착하고 있다.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인다. 친구가 준 생강 가루를 다 끓은 물에 푼다. 미량의 생강 가루가 긴 겨울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물 마시는 걸 몸보신으로 여기며 매일 습관처럼 생강물을 끓인다.
수상한 가을과 마침내 찾아온 겨울 사이에 생강이 있다. 농장에서도 생강을 만난다. 생강밭에서 동료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인사와 함께 퍼지는 반가운 생강향. 주위를 은은하게 채우는 그 향을 맡으며 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생강을 하나하나 만져가며 다듬고 있다. 갓 캐낸 생강은 캐낸 그 자리에서 다듬는다. 잎과 줄기를 꺾어 가지런히 내려둔다.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뜯는다. 마른 종강을 떼어낸다. 그러면 손에는 손질된 생강만 남는다. 방금 밭에서 뽑아 올린 이 생강은 살벌한 무더위 속에서도 이어진 농사꾼의 부지런한 돌봄과 언제나 열심으로 최선을 다해 생을 살아가는 식물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우리는 무엇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생강을 맞이한다.
종강은 눈에 띄게 거뭇거뭇하다. 본인의 세를 불리고 우리에게 몇 배의 수확을 안겨주는 걸로 한 해 역할을 해냈다. 종강은 햇생강과 구분해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바쁜 일정이 끝나면 일부는 다듬어 김장 재료로 쓰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잘 말려 가루를 내기로 했다. 흘깃 보기엔 볼품없어진 종강이지만, 살살 다듬으면 쓸모를 갖춘 모습으로 변신한다. 잔뿌리와 잎과 줄기는 밭을 떠나기 전 땅 위에 고르게 덮어 둔다. 빈땅이 드러나지 않게 덮어두면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을 맞이할 때 흙이 수분을 충분히 머금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음을 담아 땅 위에 잎을 덮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잠자리 옆에 걸터 앉아 찬바람 드는 곳이 없길 바라며 이불을 매만지는 손길을 떠올렸다. 생강을 품고 있던 땅 위에 가지런히 푸른 이불을 덮어준다.
한 차례 다듬고 난 생강의 무게를 잰다. 우리 농장의 알생강을 주문해준 요리사 친구에게 보낼 양을 덜어낸다. 요리사는 전국 곳곳 작은 농장들의 생강을 받아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틈마다 흙이 껴 있기 일쑤인데다가 모양이 제각각인 생강을 다듬는 일은 더디고 고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요리사 친구의 생강 다듬기 근황 소식을 보고난 후라서 그런지, 다듬기 쉬워보이는 굴곡이 적고 반반한 생강을 일부러 고르게 된다. 이제 곧이면 쫓기듯 일궈낸 모든 농사일을 끝내고, 따뜻한 조명 아래서 발 시려워하며 요리사 친구가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황홀하게 맛보겠지.
택배 보낼 양을 뺀 후 본격적으로 생각진액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착즙기에 넣기 전 마디마다 낀 흙을 씻어내야 한다. 고압 세척기로 생강을 씻긴다. 거칠게 붙어 있던 흙덩어리가 물총에 맞아 흩어져 흐르는 물과 함께 씻겨 진다. 얇은 껍질도 덩달아 벗겨진다. 밝은 노란빛의 생강 피부가 드러난다. 움틀 준비를 마치고 뾰족 솟은 붉은 뿔이 눈에 띄게 곱다. 한 차례 세척을 마친 생강을 큰 다라이에 물과 함께 담는다. 그 주변으로 동료들이 두런두런 모인다. 사람 손이 한 번 더 닿아야 다듬는 과정이 완전히 끝난다. 작은 칼로 아직 남아 있는 흙과 껍질을 벗기고 상한 부분을 도려낸다. 물에 손을 담구며 젖은 생강을 다듬는 일은 추워지는 계절에 고된 작업 중 하나다. 하루 목표량을 다 채워 다듬고 나면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생강차가 절실해진다. 그래, 다 우리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지. 새참 시간마다 생강진액을 마시며 ‘이렇게 좋은 걸 만드는 과정 중이구나’ 생각한다. 생강 향 만큼이나 은은한 자부심을 느낀다.
착즙기의 도움을 받아 잘 손질한 생강의 황토빛 진액만 뽑아낸다. 진액이 빠져나간 생강 찌꺼기는 따로 모아 볕에 말린다. 이 또한 잘 말려 가루내면 여기저기 요리에 요긴하게 쓰인다고는 하지만, 작년처럼 올해도 잘 말려 밭에 덮는 두꺼운 멀칭재로 쓸 예정이다. 깊은 냄비를 한 통 가득 채우는 양의 진액이 나왔다. 하루를 기다려 전분을 충분히 가라앉힌 후 진액만 따로 걸러 설탕과 함께 끓인다.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내고, 생강 그림과 설명이 적힌 스티커를 병 앞면 중앙부에 붙이면 올해 생강 농사도 끝이다. 생강 농사가 끝날 때쯤이면, 올해도 끝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시간이 참 빨라.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는 유독 순식간에 지나갔어. 어떻게 시간이 간 줄 모르겠어. 삶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유독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 한 해였지. 무릇 연말이면 할 법한 말들을 꺼내게 만드는 생강차의 능력.
생강은 여름의 무더위를 온전히 받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찬바람에 코가 시린 날이 오면 따뜻한 물이나 데운 두유에 생강진액을 섞어 홀짝홀짝 마신다. 몸에 열이 오른다. 입 안 가득 알싸한 생강향이 담긴다. 꿀꺽하고 넘기면 따끔거릴 정도로 화한 생강의 열기가 느껴진다. 생강차가 지나는 길마다 뜨끈하다.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둥근 몸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것처럼,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따뜻한 숨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하.” 몸에 퍼지는 온기를 느끼며 달궈진 머그컵을 양손으로 쥔다. 겨울이 왔다. 여름 내리 뜨겁고 습하던 집은 야속하게도 계절과 발맞춰 빠르게 식는다. 기름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손끝과 발끝이 차다. 심장의 펌프질이 약해진 걸까? 혈관을 흐르는 따뜻한 피만으로는 내 몸의 끄트머리까지 데우기에 역부족이다. 머그컵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실어 온기를 바짝 끌어안는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생강의 열감을 느끼며, 생강차가 몸속에서 길을 잃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휘젓는 상상을 한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 - 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농장입니다.
꿈이자라는뜰 책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2024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 2023 『짐을 끄는 짐승들』 / 2022 『아이를 위한 정신의학』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아나 와튼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쓴 웬디 미첼은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조기 치매를 진단받습니다. 치매는 ‘기억’에 문제를 일으켰지만, 웬디는 ’기록‘을 활용하여 자신과 일상을 유지해 나갑니다. 웬디는 자신과 치매를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공유해 줍니다. 여전히 무엇을 원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하면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 가족과 이웃들을 끊임없이 치매 친화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시도를 하면서 말이지요. 이번 책을 통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노화와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담백하게 나눠보고 싶습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책읽기 모임에 초대합니다. 천천히 소리내서 책을 읽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답합니다. 책을 읽지 않고 오셔도 괜찮고, 조용히 듣기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책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환영합니다. 다음 모임은 10월 31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 12시 10분, 꿈이자라는뜰 사무실에서 만나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책모임 아카이브에 <밑줄그은 문장, 질문과 대답, 회고>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아카이브 바로가기▶︎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오월의 봄 펴냄
『짐을 끄는 짐승들』
2023.10.19 ~ 2024.06.13, 16번의 책모임중에 책을 함께 읽은 동무들이 고르고 고른 문장을 공유합니다.
동물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자유를 요구한다. 128p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바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루할 정도로 당연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잊어버리는 사실이다. 209p 우리는 장애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 즉 우리의 이성, 우리가 움직이는 방식,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 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장애는 우리가 왜, 어떻게 서로를 돌보는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p.253 장애인은 자립을 혼자서 혹은 도움 없이 어떤 일을 해내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삶을 관리하고 그 삶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간주한다. 350p 우리 모두는 의존의 스펙트럼을 따라 존재한다. 의존을 결코 부정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 오히려 우리 세계와 관계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352p 동물을 윤리적으로 돌본다는 것은 곧 동물이 자신이 받는 돌봄과 받고 싶은 돌봄에 대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바를 경청한다는 뜻이다. p.362 서툴고 불완전하게, 우리는 서로를 돌본다. 372p
2024년 10월 18일(금)~19일(토) 오후 2시~5시,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열린 허브데이, <신나는 정원>의 모습과 풍경이에요.
#허브데이_스케치_금요일
☔️🌬️ 비가 와르르 쏟아지다 잠잠했다가를 반복했던 지난 금요일, 꿈뜰 농장의 풍경입니다.
허브데이에 비가 오는 건 13년만에 처음이었어요. 행사를 취소할까 고민하다가 축소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끼리라도 신나게 놀자, 혹시라도 찾아올 손님들을 맞이하자! 이런 마음으로요.
팽팽의 알리오올리오 데뷔전에 쓰일 마늘을 함께 다듬고, 팽셰프가 만들어준 파스타도 양껏 먹었습니다. 비를 뚫고 찾아온 손님들과 빙고, 알까기 놀이도 했어요. 비가 와도 신나는 정원! 다음날 농장 곳곳에서 쓰일 안내판과 간판을 손수 만들고나니, 비는 조금 잦아들고 해가 졌어요.
원슈가데이 토마토 소스를 넣은 파스타를 저녁으로 먹고, 노란 조명 밑에서 노래도 불러보고(꼬미조조짱돌 트리오✨), 담소를 나누며 금요일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팽팽이 알리올리오를 만들 수 있게 마늘 까는 중비가 오고 있어요.비온 김에 의자 씻기!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은 소소한 일에 재능과 정성을 쏟아붓기!빙고 한판 합시닷!
#허브데이_스케치_토요일_(1)
다행히 토요일은 비가 그쳤네요. 서늘한 바람이 성큼 당도한 가을을 실감나게 만들어주는 날이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농장에 찾아와주신 이웃들을 맞이하며 일정을 시작했어요. 따뜻한 ’허브코디얼‘ 차를 나눠 마시고, <반짝꿈뜰장터>도 발빠르게 개시했습니다. 햇땅콩과 허브솔트, 허브 모종, 농장 풍경이 담긴 엽서 등이 판매되었어요.
단연 인기가 좋았던 건 원슈가데이의 베지터블 케이크였습니다. 정성스럽게 쌓인 포장을 벗기고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예쁜 케이크를 조각내야 한다니! 이어서 맛도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채소맛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케이크라니, 맛있다!
<나눠먹는 식탁>은 하나둘 채워지고, 또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허브쿠키, 떡, 하하 농장의 하미과 멜론... 등. 놀러온 어린이들이 현장에서 수확해준 ’마이크로 방울토마토‘도 올라왔습니다. 배부른 잔치날을 만들어주신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이번 허브데이에서 <까치밥>을 처음 시도해보았는데요, 어헛! 이렇게 가득 찰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선의가 가닿아 즐거움을 선사했길 바랍니다.
젤라또 쿠폰이 걸린 <보루와 빙고> 시간은 그 열기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빙고 놀이 시작합니다-!” 커피와 수다가 소담소담 이어지던 자리가 금방 이웃들로 가득 찼습니다. 빙고!를 외친 행운의 주인공은 얼굴이 한층 밝아지고, 아쉽게 놓친 이웃들은 다음 빙고시간을 기약했어요.
나눠먹는 식탁 뒤에서 땅콩까는 요르꿈이자라는뜰 허브 코디얼 시음회원슈가데이가 보내준 베지터블 브레드까치밥을 나눠요.리브레 커피 마대자루 위에서 리브레 원두로 커피를 내려드릴게요.오랜만에 꿈뜰을 다시 찾아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봅시닷!사용한 그릇은 스스로 설거지!마이크로 방울 토마토를 따서 다함께 나눠먹자요~
복제 불가 젤라부 쿠폰과 직접 만든 빙고 말
#허브데이_스케치_토요일_(2)
허브데이가 한창인 농장 곳곳에서 ‘잠시동안 주인’으로 자리를 함께 만들어준, 또 허브데이를 찾아와 즐겨주시 이웃들의 모습을 전합니다.
허브 두둑 주변을 예술 향기나는 자리로 만들어준, 우리의 방구쟁이 이웃 예방구! 보드게임을 직접 제작해서 와주셨어요. 참신하고 재밌으면서 현실적 농사 게임이었는데요, 주사위 굴려 보신 분~ 후기 더 나눠주세요. ㅎㅎ 그리고 멋진 그림 원화를 전시해주셨어요. 아, 빙고 게임 1등도 하셨답니다. 젤라부에 꿈뜰 땅콩으로 만든 젤라또가 나왔다는데, 오늘이 바로 쿠폰 쓸 날?!🤭 감사해요, 예방구!
지극한 막걸리 사랑으로 소문난 막친(막걸리와 친구들)의 신(맛)나는 막걸리 시음회도 떠들썩했습니다. 꿈뜰의 레몬버베나, 레몬밤으로 향을 가미한 허브 막걸리 맛이 어떠셨나요? 시식으로 나눠준 술지게미 쿠키도 무지 맛있었는데… 또 먹고 싶다, 쩝! 😋ㅎㅎ 막걸리는 모든 사랑이쥬~ 고마워요, 막친!
보루는 커피와 수다, 그리고 농장 이야기가 담긴 가을 편지와 꿈뜰 책모임에서 읽어온 책을 전시했어요. 이야깃거리가 들썩이는 꿈뜰의 한 면을 펼쳐준 보루 고마워요!
알까기도 재밌게 즐기셨죠? (베짱은 사정이 있어 자리만 만들어 두고 함께하지 못했어요. 연습 많이 했는데, 아쉬워라!🥲) 알까기 앞에서는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고, 잊고 있던 승부욕도 다시 타오릅니다. 오목도 두고 장기도 두며, 여러 모습으로 즐겼습니다. 알까기 판과 알을 빌려주신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짱돌의 노래돗자리에서 같이 노래 부른 사람 손! ㅎㅎ 가우라 밭 너머에 키 큰 사초과 식물들이 넘실거리는 비밀공간이 있다는 거 아셨나요? 짱돌이 돗자리 펴고 함께 노래부를 사람을 기다리며 만들어놓은 자리가 있었어요. 함께 노래부르며 키 큰 식물처럼 몸을 양 옆으로 부드럽게 흔들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햇빛이면 돼” 노래를 부르면서요! 고마워요 짱돌! 고마워요 함께 노래한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농장 곳곳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온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커피와 음식을 즐기며, 일손이 필요한 자리에 기꺼이 손을 보태 도와주시는 이웃님들. ☺️ 덕분에 허브데이가 가장 허브데이 다워진다고 생각해요. 올해도 반갑게 찾아와 주셔서, 함께 신나는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빨간 캠핑의자에 앉아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예술을 방구같은 것!막걸리와 친구들팽스토랑의 알리올리오여름에 지은 기록농사 엽서와 책모임 책 전시보루의 커피 테이블알까기를 해봅시닷!노래는 즐겁다!
10월 18일 금요일 허브데이는 축소진행합니다.10월 19일 토요일 허브데이는 더 신나게 열립니다.
내일 금요일, 온종일 비소식이 있네요. 허브데이 1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요, 허브데이를 취소하지 않고 축소 진행합니다.
<비가 내려서 신나는 정원> 아쉽게도 예정되어 있던 ‘놀이모임 앗싸와 농장놀이’는 취소되었어요. 11월 2일에 열리는 <마을놀이대회>에서 신나게 놀며 아쉬움을 푸는 걸로! (아 재밌겠다😆) 그래도 농장 일꾼들은 농장 문 활짝 열고 도란도란 모여서 따뜻한 환대를 준비해둘 예정입니다. 비오는 허브데이 함께 즐겨요.
<날이 흐려도 신나는 정원> 토요일은 변동 없이 진행합니다! 어쩌면 더 신나는 정원이 될 수도 있겠어요.
2024 허브데이, 신나는 정원에 놀러오세요. 둘셋이 함께 놀면 즐거움이 깊어지고, 여럿이 함께 놀면 재미가 늘어나요! 몸과 마음이 들썩들썩! 시끌벅적하게 놀아도 좋고, 은근히 차오르는 기분을 즐기며 차분하게 놀아도 좋아요. 😀
따뜻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좋은 계절, 아름답고 풍성한 꿈이자라는뜰 농장의 늦가을 오후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만끽하고 싶어요. 도란도란, 으쌰으쌰~ 신나게! 🤸
🌳 10월 18일(금)~19일(토) 오후 2시~5시,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만나요.
👀 신나는 정원 - 허브데이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들
18일(금)~19일(토), 오후 2시~5시 사이에
🎱 다같이 빙고게임 보루가 부르는 숫자를 하나씩 지워주세요. 세 줄을 제일 먼저 지우거나, ㅁ자를 완성한 사람은 손번쩍들고 빙고를 외쳐주세요! 3시와 4시 정각에 시작할게요~ 맛있는 젤라또 쿠폰이 걸려있다는 것은 안비밀! (고마워요, 젤라부🍦)
🙋🏻 꿈뜰 허브데이엔 손님과 주인이 따로 없고,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 있지 않아요.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잠깐동안 신나는 정원의 주인이 될 수 있답니다. 자리를 지켜주실 시간은 30분 ~ 두세시간 사이에 자유롭게,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고! 무상으로 나눠주셔도 좋고, 판매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 10월 16일(수)까지, 알고계신 꿈뜰 일꾼들에게 참여의사를 알려주세요.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고, 허브데이 공지에 덧붙일게요. 댓글이나 메세지로 알려주시길! 문의도 환영합니다.
🙋🏻♂️ 한가지 부탁!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를 부탁드려요. 예를 들면, 함께 즐기는데 필요한 규칙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기, 언제 누가 무엇을 진행할 것인지 간단명료하게 알려주기, 채식인 사람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 알려주기 등등 입니다.
🚩 지난 허브데이 돌아보기
2023 춤추는 정원 / 2022 다시 만나는 정원 / 2021 이야기 잇는 정원 / 2020 느긋한 정원 / 2019 반가운 정원 / 2018 모두의 정원 / 2017 고마운 정원 / 2016 책읽는 정원 / 2015 정원음악회 / 2011~2013 허브데이
홍동면사무소 사거리에서 609번 지방도로를 따라 장곡 넘어가는 방향으로 올라오다가, 마을활력소(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홍장남로 668)를 지나자마자 소나무가 있는 오른쪽 샛길로 들어오세요. (샛길 입구에 꿈이자라는뜰 하얀색 간판이 있어요) 주차가 어려울 수 있으니, 차량은 마을활력소 앞에 세워두시고 걸어오시면 좋습니다.
마을활력소 주소_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홍장남로 668
꿈뜰 주소_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739-1
🏡 꿈이자라는뜰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농사를 짓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농장을 가꾸고 있어요. 발달장애청소년을 위한 교육농장이면서, 장애와 함께 일하는 돌봄농장이기도 합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어울리고 배우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꿈뜰의 농사와 활동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관심과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준 이웃들 덕분이에요. 편지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꿈뜰은 그동안 편지와 SNS를 통해 소식을 공유해왔어요. 도움을 주고받은 이웃들에게 한 해 활동과 살림을 정리한 <갈무리 편지>를 보냈고, 올 봄부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한 주간의 농장 활동을 담은 <위클리 꿈뜰>을 매주 공유하고 있어요. 꿈뜰이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통로는 <문자 메세지>와 <계절 편지>랍니다. 꿈뜰 소식을 신청한 이웃들에게 한달에 한두번 개별 문자로 꿈뜰 소식을 공유하고, 도움과 후원을 보내준 이웃들에겐 1년에 네 번(춘하추동 절기에) 글과 그림, 사진으로 갈무리한 꿈뜰 일꾼들의 기록을 엽서에 담아 편지와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꿈뜰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도 공유하겠습니다)
꿈뜰의 바탕이 되는 ‘장애’와 ‘농사’는 현실적인 한계와 비현실적인 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장애와 농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좋은 삶을 촉진하는 색다른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어요. 위클리 꿈뜰, 문자 메세지, 계절 편지, 갈무리 편지를 통해 후원과 응원을 보내준 이웃들에게 좀 더 자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고, 꿈뜰 일꾼들이 일구어낸 기록을 공유하고 싶어요. 안부와 소식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고 싶고, (머무는 곳이 달라 자주 얼굴보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삶을 함께 도모하는 관계가 조금씩 더 깊고 넓게 만들어지기를 희망해요. 이런 맥락에서 꿈이자라는뜰의 오래된 이웃들과 새로운 이웃들에게 세가지 부탁이 있어요.
① 메세지와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이미 알려주셨다면 땡큐! 아직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문자알림 수신여부와 개인정보 수집동의를 위해서라도 응답을 부탁드려요. *꿈뜰 링크트리 ▷ 소식을 주고받는 이웃이 될게요! ② 여러분의 안부와 이야기도 전해주세요. 꿈뜰 SNS에 ❤️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해주시고, 문자와 편지에 짧은 답변으로라도 안부와 소식을 전해주시면, 저희에게 분명 큰 힘이 될거에요. 언젠가는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③ 새로운 인연이 닿을 수 있게, 꿈뜰 이야기를 주변의 이웃들에게 소개해주세요. 꿈뜰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릴 분들에게 꿈뜰 소개와 링크트리 주소(linktr.ee/carefarmer)를 전해주세요. 함께 보내드리는 꿈뜰 소개카드와 엽서, 녹색평론 글을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꿈뜰을 지지하고, 후원하고, 참여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보고 만들어 볼게요. 꿈뜰과 여러 이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기를! <좋은 삶을 함께 만드는 이웃>이 되어 서로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
2024 추분을 앞두고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조합장 보루 올림
여름을 보낸 꿈뜰 - 하지에서 추분사이
🧙🏼♂ 보루 • 녹색평론 186호(2024년 여름호) ‘자급을 생각한다’시리즈에 기고한 꿈이자라는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꿈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살펴보실 수 있어요. 블로그에서 읽기▶︎ 입추 지나고 좀 선선해지는가 싶었는데, 여전히 날이 덥네요. 밝고 맑고 선선해서 좋은 꿈뜰의 가을을 기다리고 있어요.
👩🏻🌾 조조 • 긴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올해부터 농장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어요. <꿈뜰 농장 도감>을 함께 만들고 있는 마을 청년 ‘김민’과 금잔화를 관찰하던 순간입니다.
조조의 사진 기록 - 금잔화를 관찰하던 순간
🙋🏻 비빔 • 뜨거운 여름을 버텼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 덥다고 한다. 더 버틸 수 있을까?
비빔의 그림 기록 - 가지
🙆🏻♂️ 요르 • 아직 조금 남아있는 여름이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겠지요. 24년 여름 안녕~~ 책읽기 모임 이후 기억에 남는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요르의 책모임 기록 - 짐을 끄는 짐승들 중에서
🌕 달달 • ‘공심채는 볶아먹으면 맛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에요. 공심채처럼 맛있게 즐겨주세요.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아 힘드네요. 얼른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싶어요.
달달의 시, 짱돌의 그림 - 공심채
🪨 짱돌 • 데크 앞에서 일하는 꼬미를 그려봤어요. 알록달록 여름 풍경으로 색칠해 주세요. 여름은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반짝반짝했네요.
짱돌의 그림 기록 - 데크앞에서 일하는 동료 꼬미
+ 꿈뜰 활동에 참여하고 계신 이웃들과 후원을 보내주신 이웃들에게 인쇄된 엽서와 편지를 우편과 인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꿈이자라는뜰 일꾼들이 지난 여름을 보낸 이야기를 갈무리한 엽서
가을을 맞이하는 꿈뜰 - 추분에서 동지까지
10월 18일(금)~19일(토) 이틀동안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허브데이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주제는 ‘신나는 정원’으로 방향을 잡았지요. 자세한 허브데이 내용은 문자와 SNS등을 통해 안내하겠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농•촌 - 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농장입니다.
'꿈이자라는뜰'의 시작 농촌에 사는 발달장애 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후부턴 집에만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랫동안 주민이자 공교육 특수교사로 지내온 선생님들은 당신들이 키워낸 제자들이 결국엔 수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몹시 견디기 힘드셨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농촌엔 번듯한 일자리가 많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읍내에는 장애인복지관이 있지만 필요한 정보와 닿는 것도, 얼마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09년 여름,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특수교사와 학부모와 주민들이 모여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농촌에서 가장 흔한 일은 동사였다. 가까운 농장에 취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가족들이나 가까이 사는 이웃들과 농사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으로 농사를 선택했다. 발달장애인이 자립기술을 익히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농사를 익히는 과정을 만들기로 했다. 꿈이자라는뜰(이하 꿈뜰)의 시작은 텃밭수업 중심이었고, 이후엔 농장 일과 지역활동이 점점 늘어났다.
자기답게 성장하는 배움의 자급 일주일에 한번 동네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방과후수업으로 텃밭농사를 짓기 위해 꿈이자라는뜰 농장에 찾아온다.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25주에서 30주 동안 만난다. 지역 안에서 초•중•고로 진학한다면 12년 동안 계속 마을교사와 함께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장에 오자마자 큰 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도 있고, 가방을 던져놓고 자기 텃밭으로 뛰어가는 친구도 있다. 마을교사는 아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안부를 물어본다. 그런 다음 텃밭농사를 시작한다. 농장은 자연과 사회의 축소판이다. 자연과 사람이 주는 다양한 자극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은 숨어 있던 호기심을 꺼낼 수 있게 만든다. 변화와 다름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우기에 더없이 좋다. 농사는 온몸의 감각과 근육을 써서 흙을 만지고, 도구를 다루고, 생명을 돌보는 일이다. 안전하게 관계맺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관여해보는 직접경험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어떤 간접경험보다 진하고 소중하다. 마을교사는 생동감 있으며 건강하고 호기심 많은 창의적인 어른이 되려고 한다. 지시하기보단 질문하고,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응원하고, 성장을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텃밭 일을 마치면 일지를 쓴다. 그날의 일들을 순서대로 적고, 관찰그림을 그린다.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맛과 감촉은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각자의 표현으로 기록을 남긴다. 지난주엔 참외가 100원짜리 동전만 했는데, 그사이에 얼마나 커졌니? 곁가지를 잘라야 하는데 실수로 줄기를 잘라버린 토마토는 다음에 어떻게 될까? 일지를 보면서 질문에 답하고, 다음에 살펴볼 질문을 일지에 적어둔다. 일지에 남긴 기록들은 그해에 가장 좋았던 기억을 자세히 떠올리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 텃밭농사를 배우는 수업이지만 기록농사도 함께 짓고 있다. '지시 따르기가 잘되는 숙련된 농업노동자'를 키우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농사를 짓고 어울리는 동안 자기가 바라는 것을 솔직하고 부드럽게 요구하는 법, 자신과 주변을 살피고 보살피며 관계맺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디는 데 필요한 관계와 추억도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사회적인 표준이 아닌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답게 성장하는 배움의 자급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할 것 없이,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좋은 삶을 원한다면 누구나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할 영역이 아닐까?
'꿈뜰다움'을 지키는 질문과 약속 일주일에 세 번 한동네에 살고 있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농장에 출근한다. 비장애인 일꾼들과 함께 꽃과 채소와 허브 모종을 기르고, 감자와 생강과 보리 농사를 짓고, 허브를 수확하고, 김을 매며 농장을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비록 하루에 두 시간뿐이지만, 갈 곳과 할 일과 만날 사람이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주말 지나고 다시 만난 월요일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기 바쁘다. 농장에선 동료이고, 마을에선 이웃으로 지낸다. 오가는 길에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어디에 다녀오는 길인지 서로 묻는다. 꿈뜰에선 요즘 비장애 일꾼 6명과 장애 일꾼 3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오래전 초•중•고 시기에 텃밭수업에서 만났던 청소년들이 어느덧 청년이 되어 지난해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집에만 머물러 고립되지 않고, 농장에 나와 농사를 지으며 소소한 일상과 관계를 지속하는"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여럿이 함께 일하고 농사 짓기 위해선 먼저 ①자신이 바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②솔직하게 말하고, ③동료의 표현에 주목하고, ④다양한 기대들을 조율해서, ⑤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꿈뜰에서는 이 과정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만들었다. 꿈뜰의 활동과 회의는 '체크인'으로 시작한다. 1분 정도 잠시 멈춰서 자신을 살펴보고, 멈추는 시간이 끝나면 상태를 공유하거나, 무언가를 부탁한다. 아무 말 안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꿈뜰 일꾼들의 약속, "기분, 부탁, 질문을 솔직하게 말하기. 실수해도 괜찮아. 그렇다고 모른 척 할 것은 아니야. 무엇을 원하는지 부드럽고 자세하게 말해줘"라는 문구를 함께 읽기도 한다. 중요한 분기점이나 한 해를 갈무리하는 연말엔 ‘다섯 가지 질문과 부탁’을 꺼내서 회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꿈이자라는뜰의 다섯 가지 질문과 부탁) ①자신과 주변을 살피고 있나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멈추자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②일과 사람, 결과와 과정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균형을 맞추고 있나요? ③살핌과 보살핌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정리하고 기록을 남겨봅시다. ④내 곁에 있는 사람을 느낌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만나고 있나요? ⑤모두의 욕구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매주 목요일 오전엔 일꾼회의가 열린다. 지시 따르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해당된다. 두 시간 남짓 회의를 하면서, 일꾼들은 시기마다 농장에 필요한 일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꺼내서 부탁하고, 설명하고, 필요할 땐 설득을 한다.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고, 합의가 되면 함께 또는 각자의 일을 진행한다. 충분히 합의되지 않으면 일을 미루거나 멈추기도 한다. 꿈뜰 일꾼들은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이 아니라,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고 공유할 책임을 갖는다.
작고 가난한 조직에서 발견한 지속가능성 꿈뜰은 줄곧 가난했다. 생산성과 직급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전형적인' 근로계약도 갖추지 못했다. 꿈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일꾼들의 활동비 기준은 같으며, 다만 일하는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활동비 기준과 활동 시간은 일꾼들이 직접 결정한다. 합의를 통해 일감 과 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일꾼들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촉진하는 과정이었고, 가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대부분 경제적인 안정성을 가지고 판단한다. 수익성이 낮은 농사를, 생산성이 낮은 장애인과 함께 짓고 있는 꿈뜰은 애초부터 경제적인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에겐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한 다른 동력들이 필요했다.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하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와 계속할 수 있는 조건들을 동료들과 함께 찾아보았고, 5개의 지표로 정리했다. ①재미와 즐거움, ② 의미와 보람, ③운영을 위한 수익, ④배움과 성장, ⑤평화롭고 안전한 관계. 5가지지표 에 따라 사업과 활동을 점검하고, 지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판단하기로 했다. 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꾼들은 각자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 동안 무엇을 채우기 위해 협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경제적인 안정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수익뿐만 아니라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협동하는 조직이야말로 건강한 지속가능성을 가진 게 아닐까? 가면을 써야 하고, 주어진 일만 할 수 있고, 소모품처럼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가난한 꿈뜰이 지금까지 꿈뜰답게 생존할 수 있었던 또하나의 이유는 이웃들의 크고 작은 도움 덕분이다. 꿈뜰의 속사정을 아는 가까운 이웃들은 먼저 다가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꿈뜰의 가치와 모험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성과와 증빙을 요구하지 않고 도와주었다. 생색을 내지 않았고, 이용하려 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꿈뜰은 설명책임성을 다하고자 기록을 남기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일에 늘 힘썼다.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은 늘 어려웠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불쌍한 장애인 조직으로 대상화되지 않게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도움을 받는 일은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모습으로 흐르기 쉬웠다. 도움을 구하기 전에 동등한 관계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배웠다. 꿈뜰에서만큼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장애인을 위해 비장애인을 희생시키거나, 후원을 늘리기 위해 장애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섬세한 이해와 상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서로의 자기다움을 지켜줄 수 있다. 선의를 가진 도움이라 할지라도 이용을 (당)하거나 자기다움이 위태로워질 상황이라면 일단 멈추는 게 맞다. 꿈뜰은 초•중•고등학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교사의 이동이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었다. 자리를 오래 지키는 역할은 꿈뜰이 맡았다. 학교와 꿈뜰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협력한 덕분에 청소년들과 길게 만나는 실험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해온 일들 중에 자랑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특수교사와 마을교사의 관계다. 초창기엔 한 달에 한 번 만났다. 이제는 한 학기에 한 번 만나지만 텃밭수업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꺼내서 세세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수교사는 교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의 색다른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발견해주는 마을교사들이 고맙고, 마을교사는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특수교사가 있어 든든하다. 마을교사들에게 장애와 교육은 낯선 영역이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동료 교사들과의 협력을 유지하고,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다면 장애와 농사와 교육을 연결하는 베테랑이 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자급을 위한 규모와 연결의 확장 2023년 봄, 비영리 임의단체였던 꿈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영리법인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1년이 지난 올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등기를 마쳤다. 법인이 되기까지 15년이 걸린 셈이다. 뼈대를 다시 세웠으니, 이제는 근육을 키울 차례다. 설립 목적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시도하는 등 비영리법인다운 체계를 갖추는 중이다. 그동안 자급해낸 가치들을 지키며 꿈뜰답게 생존하려면, 규모와 연결을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꿈뜰의 형편이 사회적인 표준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최소 기준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부디 이번에도 꿈뜰만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설립목적) 꿈이자라는뜰이 바라는 궁극적인 모습은 ‘농사와 마을(농•촌)을 바탕으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난해 농사를 갈무리하면서 농사를 지을수록 적자가 발생하니 돈이 되는 다른 활동에 힘을 써볼까? 판매가 용이한 농사를 지어볼까? 하고 잠시 생각이 기울었다가,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을 번복했다. 다품종소량생산을 유지하되, 외부 거래량을 늘리기보단 내부에서 소화하는 양을 더 늘리기로 했다. 밭과 정원과 숲을 가꾸고 있는 이점을 살려서 더 많은 사람들과 농장을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장애인과 옹호인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 장애 •돌봄•농사 전문 책방, 정원과 이어진 카페를 상상하고 있다. 마을에 사는 발달장애인에겐 일자리와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겐 쉼과 회복의 장소를, 함께 농사짓고 먹고 마시는 경험을, 서로 연결되어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수입과 후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숙소가 생기면 그동안 거리가 멀어 잠시 다녀가기만 하던 사람들과도 더 깊이 연결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급해낸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규모와 연결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2년 전에 시작한 책 모임에서,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옹호인들 - 특수교사, 부모와 가족, 관련 종사자, 마을주민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매번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6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아이를 위한 정신의학》을 천천히 소리 내서 다 읽었고, 혼자 읽을 땐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이어서 함께 읽고 있다. 책 모임을 통해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옹호인들도 외롭다는 것을, 환기와 환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과 필요를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혼자서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는커녕, 자기답게 생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슷한 처지의 옹호인들이 더이상 고군분투하지 않게, 고립되지 않게, 자기다움을 지키며 생존할 수 있게,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만드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럴 만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꿈뜰도 꿈뜰답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자급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자기가 바라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장애가 있어도, 전형적이지 않아도, 소수자여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돈과 능력과 정상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를 살피는 기술을 익히고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은 삶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장애를 안고 농사를 지으며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작은 마을 안에서 건강한 의식주, 돌봄과 협동의 기술, 좋은 추억, 믿을 수 있는 친구, 자기답게 지낼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떻게든 계속 해보려고 한다.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 모쪼록 좋은 삶을 자급해낼 수 있기를!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남고, 살아남을 뿐 아니라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 김종철, 《녹색평론> 창간사(1991)
2023년 허브데이날, 사부작 구성원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꿈이자라는뜰에서 훌라춤을 추고있는 <춤추는 정원> 풍경입니다.
다양성훈련은 다양한 정체성과 교차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종 민족 출신국가 출신지역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질병 외모 나이 경제력/소득 학력/학벌 등 14가지 정체성을 다루며, 몸을 움직이고 대화하는 상호배움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다양성훈련을 통해 우리 안에 스며있는 고정관념과 편견,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새롭게 알아차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포함되는 안전한 모임, 다양성 사회를 함께 만들고 경험해 봅시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한국 사회가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다양성훈련을 개발하고 교육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인간의 다양성과 인권>을 전공하였고, <인권옹호자 예수>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올 해 4월부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또는 작게 소리내어 한문장씩 천천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혹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꿈이자라는뜰 일꾼들에게 말을 걸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동물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자유를 요구한다. 128p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바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루할 정도로 당연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잊어버리는 사실이다. 209p
우리는 장애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 즉 우리의 이성, 우리가 움직이는 방식,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 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장애는 우리가 왜, 어떻게 서로를 돌보는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p.253
장애인은 자립을 혼자서 혹은 도움 없이 어떤 일을 해내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삶을 관리하고 그 삶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간주한다. 350p
우리 모두는 의존의 스펙트럼을 따라 존재한다. 의존을 결코 부정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 오히려 우리 세계와 관계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352p
동물을 윤리적으로 돌본다는 것은 곧 동물이 자신이 받는 돌봄과 받고 싶은 돌봄에 대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바를 경청한다는 뜻이다. p.362
서툴고 불완전하게, 우리는 서로를 돌본다. 372p
📚 꿈이자라는뜰에서 『짐을 끄는 짐승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2023.10.19부터 2024.06.13까지 지난 8개월동안 2주 간격으로 열여섯번을 만났고, 모임마다 오늘의 밑줄, 오늘의 단어, 오늘의 질문, 회고와 갈무리 기록을 남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어울리고 배우는 농장 꿈이자라는뜰입니다.
꿈뜰이 만든!
📚 『텃밭달력 농사일지』와 <텃밭 스티커>
텃밭달력 농사일지와 함께 텃밭도 일구고, 기록 농사도 지어봅시다! 농부와 정원사와 텃밭수업을 위한 『텃밭달력 농사일지』는 꿈이자라는뜰이 지난 14년 동안 진행한 텃밭수업 경험과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 10년의 농사일지 기록을 바탕으로 그물코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언제 씨를 뿌리고 거두는지, 시기마다 어떤 농사일을 해야하는지, 산과 들, 논과 밭에서 철마다 얻을 수 있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기록해두었습니다. 더 자세한 소개는 블로그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블로그에서 주문서를 작성하시면 대량 구매 또는 택배 구매도 가능합니다) www.greencarefarm.org/307
🌱 말린 허브차와 허브솔트
꿈뜰 농장에서 직접 키우고, 일일이 손으로 따서 말린 허브로 만들었어요. 차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과 보관하는 방법은 봉투에 적어두었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은 동네에 있는 씨앗도서관에서 씨앗을 빌리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씨앗을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동네의원에서 작은 약통을 얻어와, 씨앗통으로 아주 잘 쓰고 있어요. 크기도 다양하고, 방습제가 들어있기도 하고 쓰임새가 좋아요.
꿈이자라는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어울리고 배우는 농장입니다.
농촌에 사는 발달장애청소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에만 머물러 고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꿈이자라는뜰은 발달장애청소년이 초중고 12년 동안 마을교사와 함께 텃밭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일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꿈이자라는뜰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촌(농사라는 방식과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며,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꿈이 잘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따듯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농협 351-1310-6152-2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입금) 아쉽게도 신용카드 계산은 아직 안되요. 이체를 하시고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농협 351-1310-6215-13 꿈이자라는뜰사회적협동조합 (후원)
꿈이자라는뜰 아카이브, 편지, 인스타그램, 블로그로 넘어가는 링크트리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살펴보실 수 있어요. linktr.ee/carefa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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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 농부시장@목동 2024-03-10 (일) 11:00~16:00 오목공원,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159-2